이날 상오 전전대통령의 5공비리 관련증언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시작
1시간 22분만인 낮 12시2분 싱겁게 끝나자 민정당은 "전직 국가원수의 증언"
이라는 점을 들어 그런데로 평가할만 하다는 입장을 보인반면 평민/민주/
공화등 야3당은 "한마디로 안한것만 못하다"고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는등
다소 격양된 분위기.
민정당의 최재욱의원은 야당측의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듯 "야당이
그들이 주장한대로 시원한 답변이 안나온다고 해서 불성실한 답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전전대통령이 증언과정에서 보여준 표정
등을 보면 죄송해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으며, 특히 여섯차례에 걸쳐
유감을 표방한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라고 긍정적 반응.
김길홍의원도 "전직 국가원수인점을 감안한때 전전대통령의 증언에서
과거 청문회때와 같이 완벽한 답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않다"면서
"증언의 구체적 답변보다는 증언전반에 깔려있는 분위기를 중시해야 할 것"
이라고 전전대통령의 유감표명 대목을 특별히 강조.
그러나 평민당측은 전씨의 이날 상오 증언이 끝나자 10여명의 의원들이
국회원내총무실에 모여 전씨를 비난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었는데
신기하의원은 "전씨의 증언은 마치 대통령 국정연설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일침.
김종완의원은 "우리당 김영진의원이 항의를 할때 동료의원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씨가 국회를 단숨에
말아먹으려 하는데도 그렇게들 맥없이 않아있느냐"고 흥분했고 무소속의
이철의원은 전씨와 5공/광주특위의 "무력한 모습"을 다같이 겨냥, "마치
국보위가 국민학생들 앞에서 낭독회를 하는 것같다"고 독설.
한편 평민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 도처에서 우리당 총무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김대중총재는 무엇하러 거기 앉아 있느냐> <국회는 왜
그런 증언을 듣고 있느냐> <그게 증언이냐 자기변명이지...>라는 등의
전화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민주당은 전씨의 5공비리관계 증언이 끝난뒤 국회총무실에서 광주특위위원
대책회의를 갖고 전씨의 <알맹이 없는 증언>을 계속 들어야 할 것인지의
여부를 논의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회의에 앞서 지난번 청문회당시 일해재단비리를 추궁, 독특한 재미를
보았던 김동주의원은 "당지도부가 이번 전씨증언에 당운을 걸고 당력을
집중한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하고 말셈이냐"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전씨의 증언은 완벽한 국회모독"이라고 맹공.
심완구의원도 "전씨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런
증언이라면 차라리 안한것만 못하다"고 허탈해 하면서 "오늘 증언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5공청산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
한편 대다수 공화당의원들도 <전씨의 답변내용이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실망스런 모습을 감추지 않았는데 이종근부총재는 "오늘 이자리는
전씨가 국민들에게 이실직고하는 자리가 돼야함에도 그렇지가 못해
안타까운 심정""고 유감을 표시.
김문원 대변인은 "전씨가 총론에서는 미안하다고 해놓고 각론으로 들어
가면 자기변호로 일관해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며 "전씨는 좀더 겸손하게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고 유기수의원은 "전씨가 특히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앞뒤가 안맞는 얘기를 해 쓸데없는 오해만 더해주고 있다"
고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