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7회 국회가 어제 100일간의 회기를 마치고 폐회했다.
이번 국회의 특징을 말한다면 2년에 걸쳐 미결과제로 돼왔던 5공청산문제가
새해예산안과의 연계로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물론 야3당의 이러한 연계전략에 밀려 새해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가까스로 회기마지막날에야 처리돼야 했고 야당이 당초 7,000억원
내지 1조5,000억원까지 깎기를 공언했던 세입삭감액도 총규모 23조원의 겨우
1.4%인 3,360억원에 그쳐 "예산국회"의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대신 가장 큰 정치현안인 5공청산문제에 대해 여야의 타협을
끌어내게 한것은 이번 국회가 거둔 소중한 정치적 수확이 아닐수 없다.
이번 국회는 접수된 법안이 320건이나 됐는데 이중 82건의 법안만 처리
됐다고해서 생산적인 입법활동을 못했다고 볼수도 있지만 처리된것 중에는
획기적인 입법조처라 볼수 있는 것도 많다.
토지투기를 막기위한 토지공개념 관련법, 지난 대통령선거에서의 야당
선거공약사항이던 농어가 부채경감법, 상속과 이혼시의 재산청구에 남녀
차별을 없앤 가족법및 지자제관련법안, 그리고 근로소득세 공제혜택을
부활시킨 소득세법 개정안과 각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을 대폭확대한
정치자금법개정안등은 이번 국회가 이룩한 큰실적이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획기적인 입법활동이외도 이번 국회가 국정을 달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것은 16년만에 부활된지 이태째로 실시된 국정감사였다.
사법부를 비롯해 검찰/안기부등 이른바 권력기관에 대한 심도있는 추궁,
성역화됐던 국방예산 집행과정에의 문제 제기, 물타기등 증권행정의
문제점, 정부공사의 수의계약 비리추궁, 환경정책의 미비지적등은 작년에
비해 비교적 여야의원들이 보다 많은 준비와 연구, 그리고 의원간의
조직적 팀워크를 가지고 성실하게 감사에 임했음을 입증함으로써 행정부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한편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등 소위 악법개폐문제등이 시간상의 제약에
얽매여 매년 2월 임시국회로 다시 넘어가게 된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22조6,800억원 규모로 통과된 새해예산안이 미소한 삭감에
그쳤다는 문제이상으로 세출입내용을 국민의 세부담경감과 예산의 효율적
배분/사용이라는 관점에서 여야의원들이 좀더 연구와 준비를 가지고
심도있게 심의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저버릴수 없다.
이제 우리는 10여일만 지나면 90년대에 들어선다.
이 90년은 우리의 정치사에 있어서 여야가 국회에서 80년대까지와는
다른 막중한 시대적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해라 할수 있다.
냉전이데올로기가 사멸돼 가고 공산세계 마저도 인간의 자유와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사회와 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새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국회의 여야정치인들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새시대에
다른나라에 낙오되지 않게 우리국민을 이끌어갈 국회의 정치적 기능과
여야정치인들의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