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이 4일 귀국하고 이에앞서 민정당 정호용의원이 비록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공직사퇴 용의를 밝힘으로써 5공청산문제는 이제 가부간
결판이 날 단계에 이르른 것이 분명하다.
13대 국회개원이래 정치권을 짓눌러온 5공청산문제가 정의원의 사퇴 하나만
으로 쉽사리 종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여야 모두 연내종결이라는 중압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노대통령귀국과 정의원의 용의표명을 계기로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기전인 이달중순이면 사실상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동안 5공청산문제는 중진회담, 박준규민정당대표와 야3당총재간의 연쇄
접촉, 김영삼총재와 김종필총재의 잇달은 골프회동, 여권내 정호용의원
지지파들의 서명작업, 민정당직자들과 정의원과의 접촉등 일련의 움직임속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왔으나 정의원의 사퇴의사표명은 하나의 큰 전기가 될
것 같다.
야당측으로부터 끈질기게 공직사퇴압력을 받아온 정의원은 2일 "김대중총재
가 나와 함께 물러나거나 내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만으로 5공문제가 완전히
종결되는 두가지 조건중 하나가 이뤄진다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함으로
써 "사퇴불가"의 입장에서 크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실상 박대표는 지난주 후반 야3당총재와 연쇄대좌를 가진 자리에서 <>정
의원의 퇴진문제를 배경에 깔면서 정의원의 사퇴가 이뤄질 경우 이원조의원
문제에 대해 야당측이 양보해 줄것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은 단 1회
에 한하되 마무리 수순으로 추진할것 <>이같은 여야합의가 이뤄질 경우 5공
청산문제를 다시 거론치 않는다는 보장을 해줄것등의 5공청산 절충카드를
제시하고 야권의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당초 노대통령이 유럽방문을 위해 출국한 직후부터 부재중 5공청산
끝내기작업을 진행시킨다는 방침아래 <>정의원의 명예퇴진 <>백담사측의 국회
증언등을 추진했으나 정의원측이 대구에서 군중집회를 갖고 소속의원들의
지지서명을 받는등 조직적인 반발을 함으로써 노대통령 귀국 1주일전까지만
해도 절망에 가까운 상태였으나 박대표, 이춘구사무총장등이 정의원과 담판,
방향을 선회시킨 것.
민정당은 가능하면 정의원처리문제에 노대통령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재중 이를 추진했으나 정의원과 지지의원들은 오히려 당총재인 노
대통령이 부재중임을 기회로 이같이 조직적인 반발태세를 보여 벽에 부딪치는
듯했으나 노대통령의 귀국 1주일전부터 정의원에게 은밀한 정치적 압력과
집중적인 설득을 가해 어느 정도 심경의 변화를 얻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의원은 여권의 압력에 의해 밀려난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
이들 두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되며 김대중총재의 동반사퇴가 사실
상 불가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공직사퇴로 5공문제를
완전히 종결되도록 하겠다는 뜻에서 이같은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정당 지도부는 노대통령 귀국직전에 정의원의 공직사퇴 수용용의라는
카드를 힘겹게 얻어냄으로써 노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서게 됐지만 정의원이
앞으로 또다른 조건을 내세우면서 계속 버틸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정의원
이외의 다른 문제들도 간단치는 않은 상황이라서 앞으로도 약 2-3주간 이원조
의원문제와 법적청산문제, 백담사측과의 증언협의등 힘겨운 내부조정작업과
대야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이다.
평민당측은 야3당총재간 합의사항이 있는 만큼 내외적으로는 6인의 핵심
인사처리요구가 "최소한의 요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심으로
이원조의원문제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광주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의원과 이희성 당시계엄사령관이 공직에서
물러나면 핵심인사처리문제는 어느정도 양해할수 있다는 입장이고 전전대통령
도 "형식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면 1회증언이건 녹화중계건 그다지 문제삼지 않겠다"는 신축적인 자세
를 갖고 있다.
그러나 평민당측은 이같은 인적청산과는 별도로 "국가보안법등 제도적
개선이 없이는 진정한 5공잔재의 청산이나 민주화가 이뤄진 것으로 볼수
없다"면서 법적 청산문제를 이번 기회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방침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어느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 제시하느냐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야와 종교계, 학원가를 포함한 소위 운동권에서는 정호용씨등의 공직
사퇴, 전직대통령증언도 중요하지만 국가보안법의 폐지등 법률개폐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면서 평민당등 정치권에 이 기회에 문제를 풀어달라는 강한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문제를 강도높게 제기할 경우 그나마 어렵게
끌어온 5공청산협상을 자칫 원점으로 돌리는 최악의 사태를 감안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법적 청산문제를 어느 선에서 마무리하느냐는
문제로 평민당측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측은 평민당보다는 훨씬 홀가분한 입장에서 5공청산에
대한 강도높은 대여공세를 전개하고 있어 동상이몽격의 야당사정은 복잡
하기만 하다.
광주문제와 관련된 정호용의원문제가 어떤 의미에서 평민당의 5공청산
문제에 대한 "지분"의 성격이 강하다면 민주당쪽은 정치자금을 둘러싼
정치공작이 지난번 대선의 주요패인이라고 주장, 이원조의원의 공직사퇴
문제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전두환씨의 국회공개증언을
통해 그 윤곽이 낱낱이 공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총재가 "핵심인사처리문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면서 이원조
씨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5공청산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측이 노태우대통령의 귀국직후인 오는 5일 야3당총재회담을 열어
핵심인사처리문제에 미리 쐐기를 박아놓으려고 하는 것도 이원조의원문제가
적당히 넘어갈 경우 야권내 주도권경쟁의 측면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고려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볼때 여야는 정의원의 공직사퇴와 전직대통령 증언문제에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하면서도 내부사정을 들여다 보면 모두가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한 두개씩 안고 있는 셈이다.
여권의 경우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오랜 친구인 정의원의 "명예퇴진"
을 설득하는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퇴진분위기를 유도해야 하고
<>정의원사퇴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현상을 조기 진화하며 <>인적 청산문제
의 해결만으로 5공청산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보장을 야당측으로부터 받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야권은 내년 상반기중 실시키로 합의한 지자제선거도 감안할때 6공화국
으로부터 5공의 굴레를 어디까지 벗겨주느냐는 "한계설정" 문제도 숙고할
문제의 하나가 아닐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사정 때문에 노대통령이 귀국하더라도 귀국보고형식이 아닌
5공청산의 매듭을 위한 청와대 영수회담이 당장 열리기는 어려울것 같다.
여권은 현재 5공청산문제를 다룸에 있어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과제만을
푼다는 차원이 아니라 내년이후의 정계개편추진등 향후정국운영 방향등을
고려하면서 여권내부정리및 대야협상을 벌이고 있어 5공청산후 정국구도도
크게 주목되고 있다.
민정당은 연내에 5공청산이 마무리될 경우 내각제 개헌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고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5공청산
이후의 정국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