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의 유럽순방을 마친 노태우대통령이 세기적 변화의 바람을 가득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애초에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한-헝가리 정상회담에 있었다.
의회연설이라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양국간에 개발정책협의회와 과학기술
협력센터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헝가리가 우리의 동구진출의 발판이며
북방정책의 교두보가 된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노대통령의 유럽순방은 지금 세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때문에 새로운 각도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국가간의 정상회담이 의례적이고 상징적인 행사가 아니라 외교의 가장
주요한 채널이며 특히 경제관계에서 기업상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적 실리를
다루어 온 것은 이미 확립된 국제적 정례다.
국가원수들이 대형프로젝트에 동원되어 국제적 세일즈맨이 되는 일조차
드물지 않다.
이번 노대통령의 서독 영국 프랑스 방문에서도 한국의 고속전철계획등 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수주전의 양상이 벌어지는등 실질적인 통상외교과 진행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통해국내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든가 일방적으로
실리를 내주면서 명분만을 구한다든가 하던 과거와는 나라형편이 달라졌다.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기브 앤드 테이크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며 노대통령이 통상문제도 풀어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것도
이런 시각에서 해설될 수 있기 대문에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소련과 동구의 변화가 세계의 냉전체제를 와해시키면서 무엇보다 세계는
이제 군사중심 정치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채널도 고도의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
........ 중 략 ........
노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북방정책의 활성화다.
그리고 이 북방정책은 북한에 대한 외교우위라는 좁은 틀이 아니라 이미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고립을 원치않는다고 누차 강조한 것이 수사가 아니라는 것은 귀국
후에 정부의 기왕의 대북정책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완해
가겠다고 말한데서 분명하다.
또한 그는 현재의 남북한 비공식교류나 거래를 상호보완적인 공식통상
관계로 진전시키는 것을 포함, 각종 방안을 우선순위를 정해 실현해 나가
겠다고 적극 의지를 보임으로써 유럽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을 풍기고 있다.
괄목할만한 대북한 관계의 진전은 말을 바꾸면 통일에의 접근이 되겠지만
이같은 장기적 비전에 앞서 지금 노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내의
산적한 정치 경제문제의 해결이다.
10월의 방미에서 이번 유럽순방까지 2개월여, 노대통령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속에서 변화에 대한 감각과 전망이 몸에 배어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정책,
변화를 선취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경제 현안과 미래의 전망을 연결
시켜 내는 국정의 그랜드 디자인이다.
우리의 북방정책이 이제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점에 유의했거니와 보다
내실있는 북방정책에서부터 시작하고 우리 경제의 다변화는 그 자체로 경제적
활로일수 있을뿐만 아니라 남북한관계를 효과적으로 제어 할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 역시 이미 입증이 되었다.
그것이 다시 국내 정치발전의 기본조건이 된다는 것도 지난 몇년간의
우리의 경험이다.
경제문제의 해결에서 시작, 잠시 옭매인 북방정책의 실마리를 풀고, 지금
까지의 대일 대미관계라는 단선경제틀을 EC와 소련 동구로 넓혀내는 작업,
그것을 밖에서부터 접근하는 새로운 실전전략이 이제 가능해졌다고 할 정도로
세계는 변하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이번 동서유럽방문은 따라서 한국역사 전개에 새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