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도 버티던 정책당국이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자인해서 애써 경기부양책을
내놨으나 반응은 시큰둥하게 나오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져서 이젠 금리 1%의 인하가 과히 작은 폭은 아닌데도 받는
쪽에서 대단치 않게 치부하니 이번 조치의 성과가 크리라고 기대하긴
어렵사리 되어가고 있다.
추가조치를 막무가내로 촉구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당국도 떠밀리는
사태가 올는지는 알수가 없다.
그러나 경제의 실체는 생명체와 같아 가령 간에 좋은 약이라고 과용하면
소화장애가 돼 결국 인체에 해롭듯이, 금리 환율을 자꾸 손대는 것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하지만 불과 4년전에 있었던 산 교훈을 정부는 깡그리 잊은것 같다.
82년 3월 성화에 못이겨 금리를 2% 내렸다가 더 내리라고 아우성치자
6월엔 듬뿍 4%를 추가인하했다.
본말의 전도였다.
앞뒤가 처지거나 넘치는 짓을 했기에 다시는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믿었었다.
이번에도 1%만 더 올렸으면 호미로도 막을 물을 또 가래로 막아야 하지
않을지 모르게 돼간다.
자본주의의 요체는 이윤을 찾는 자본임을 누구나 다 안다.
재미를 못본다 싶으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자본의 생리인데 요즈음의
사회적분위기가 어떤지를 외면한채로 자꾸 투자하라고 기업인에게 조른들
소용있을 까닭이 없다.
물론 이윤의 변수로 금리가 큰 몫을 하고 해외판매(수출)의 이해득실은
환율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기업의 임의로 되지 않는 환경조건이다.
국내외로 얽혀 시원시원히 올리거나 내릴수가 없다.
여기에 금리 환율 원자재값(유가등 포함)이 유리하게 들어간다면 지금
정도의 기본지수로는 실망할게 없다.
안돼도 6%성장, 50억달러 흑자는 됨직한 89년의 펀더멘틀을 놓고 위기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앞뒤 사실을 가해서 본다면 난센스다.
...... 중 략 ......
86-88년 GNP성장률이 12%대에서 달리다가 89년에 6%대로 급락을 하니
곡선의 하향성으로 보아 90년에 0%에 가까울수도 있다는 해석이 당연히
나옴직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곡선의 방향을 상향으로 틀수만 있다면 걱정할게 없다.
그리고 그 방향조정의 수치는 기업내부에서 찾는 것이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라 보는 것이다.
물론 기업내부라고 해서 그이 사회에서 격리된 영역이 아닌바에야 사회
분위기가 기업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무시할 사람이 없다.
여기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
기업내적 인자가 사회분위기에만 탓을 돌리고, 그것이 잘돼야 기업도
잘된다고 파동적 자세에 계속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먼저 나서겠다는
결의도 기선을 잡을 것인가의 기로에서 선택을 스스로 강요받고 있는
순간이다.
전노협의 태동기운이 거세게 일고 있고 농민들이 곡가인상률에 못마땅해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상념하고 아무도 옳다고 믿는 일에 나서지 말아야
하는가.
서로 슬금슬금 뒷걸음만 쳐야 한단 말가.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든 기적은 누구도 아닌 우리의 근로자, 우리의 기업인이
해냈다.
이제와서 허약하게 물러앉아 남의 처분만 바라고 있을수는 없다.
동독이 1만2,000달러의 1인당 GNP로 공산권에선 최부국이면서도 저 대단한
용단을 내릴수 있었던 힘은 서독노동력의 능력에서 나왔다.
솔직히 말해 정치권에 우리 노동자와 기업인이 매달릴 것이 없다.
저들이 모든걸 해결해 주기를 바랄게 아니라 각 직장에서 경영자와
근로자가 함께 뭉쳐서 잠재해 있는 위력을 다시 발휘하면 정치는 또 그뒤를
따라올 것이다.
민주화도 더욱 잘되고 사회도 깨끗해질 것이다.
불로소득이 없는 사회, 노력한만큼 대가가 있는 사회로의 진입은 불가능
하지 않다.
단, 점진적으로, 노사의 기선과 노력만이 그 일을 해낼수 있을 뿐이다.
정치는 가장 힘이 세어 보이지만 그런 점엔 가장 허약하다.
하나하나의 노동현장에서 새바람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