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것은 "분위기"요, 잃은 것은 "금융자율화"다.
짧은 기간의 온갖 기대와 억측, 논란끝에 보따리가 풀린 11.14 금리인하
방안에 대한 각계의 판단은 위와같은 한마디로 요약될수 있다.
이번 조치로 기업 경영에 무슨 큰 실익이 기대되는 것은 아니면서도 지난
1년간 어렵사리 만들어오던 돈값의 시장기능에는 적잖은 흠집이 갔기 때문
이다.
*** 돈 많이 풀어야 인하효과 상승 ***
이번처럼 한은 재할금리 인하에 연동시켜 은행 대출금리의 인하를 "행정
지도"하고 그간 은행이 많이 벌었으니 이젠 좀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
는 궁색한 이유를 갖다대 예금과 대출의 마진을 줄여 놓아봤자 근본적으로
돈을 풀어대지 않고는 당장은 명목금리가 떨어져 보일지 몰라도 결국 실제
돈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통화공급의 확대를 전제하지 않는 한 이번 은행금리인하 방안은 그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며 따라서 분위기를 잡기 위해 금융자율화의 후퇴를
가져오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행정지도에 의한 은행금리인하보다는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주로 발생
시장에서의 채권매입을 크게 늘림으로써 제2금융권의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채권유통수익률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그래도 시장기능에 맞는 접근법이다.
그간 채권시장은 증권사들이 계열기업 회사채들을 일단 떠안은후 약정고를
올리느라 자금이 달리면 채권을 덤핑으로 시장에 내놓고 다른 기관투자가들
은 이를 기다렸다가 사들여 고수익을 올리는 식이었다.
*** 인플레 / 은행부실화 숙제로 남아 ***
그러나 채권수익률도 앞으로 계속하여 실세금리인하의 효과를 거두려면
결국 어느정도 돈을 풀어대는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실세금리를 내리기 위해 돈을 무작정 풀어대다가는 감당못할
인플레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면에서 금리의 대폭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자명과 정치권의 거센
"외압"을 일단 은행수신금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막아낸 재무부와
한은은 최소한 정치적 타협에서 만큼은 성공한 것이라 할수 있다.
이번 금리인하조치에 대해 은행들은 내심 불만에 가득차 있다.
작년 12월 은행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자율화를 단행하더니 1년도
못돼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금리자율화의 명분과 의미를 모두 잃게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출금리 인하로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은행의 부실화다.
들어오는 예금의 이자는 종전과 똑같은데 나가는 대출은 이자를 싸게
받게되어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관계자들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이 한몫을 담당해야 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자칫 부실화를 초래, 과거처럼 특융등 특혜조치에나 매달
리는 금융자율화의 역류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