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수매가/물량책정에 큰 관심 ***
지난해말 이후 통일계 벼 추곡수매가를 밑돌던 쌀값이 올 단경기를
지나면서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30년만에 처음 수매가 밑돌아 ***
단경기의 쌀값이 수매가를 밑돌기는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일부
지역의 경우 일반미 상품값이 지난해 수매가보다 최고 13.4%나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햅쌀도 지난추석때 약간 상승세를 보였을뿐
현재는 일반미 값에도 못미치는 기현상을 나타내며 농민의 시름을 더해
주고 있다.
*** "9년 연속 풍년" 불구 농민들 한숨 ***
더욱이 "9년 연속 풍년"이라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한자리수로 올 추곡수매가를 인상할 방침을 보이고 있고 전국의 농민단체와
재야단체는 농산물 수입개방등에 따른 농민피해 보상과 영농의욕 고취를
위해서는 수매가를 지난해보다 40%가량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수매가를
둘러싼 한차례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정부는 현재 1,000만섬이 쌓여 있는 현실을 감안, 통일벼 550만섬만을
수매한다는 방침을 예시한바 있어 심각한 "쌀값 파동"이 야기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 쌀값 시세 <>
일반미 상품 80kg 기준 산지 평균 도매값은 8만1,937원을 유지하고
있다.
현 시세는 올들어 가장 낮은 것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8만4,875원에 비해
3.5%인 2,938원이 떨어진 가격이다.
또 이는 지난해 정부의 통일벼 수매가(80kg 2등급품기준) 8만4,840원보다도
2,903원(3.4%)이 낮은 것이며 일반미 수매가(80kg 1등품기준) 8만8,840원에
비해서는 무려 7,000원선이나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경남 진양지방이 7만7,000원선에 거래돼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남과 전북/경북/강원지방의 산지에서 8만원선에,
충남과 충북에서 8만2,500-8만6,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으며 경기미는
기호성향이 높은 때문에 9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가를 보이고 있는 진양지방은 지난해 같은기간의 8만4,000원보다
7,000원이나 떨어진 것이어서 지난 한햇동안의 물가인상분을 감안하지
않는다해도 쌀값폭락으로 인해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이 쌀값이 폭락한 원인에 대해 농민들은 정부미의 대량방출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북 경주군 내남면 윤조리 양두일씨(42)는 "쌀값하락은 정부미의 막대한
방출과 소비량 감소가 원인"이라며 "쌀값안정의 지금길은 농지의 활용을
농가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방출된 정부미는 모두 15만여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방출된 정부미보다 약 4만여톤이 늘어난 양이며
88년산 상품 40kg 기준 2만5,890원씩에 방출된 정부미는 12분도로 도정해
질이 좋으면서도 일반미 값의 60%선이어서 저렴한 정부미가 일반미가격
상승을 억제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또 현재까지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쌀은 150만섬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지난해 대풍을 이루었던 쌀이 올 한햇동안 꾸준히 방출되면서 일정수준의
쌀값을 유지시켰고 올 쌀농사가 대풍이라는 전망에 따라 그동안 보유한
양곡을 홍수출하하는데다 국민 1인당 쌀소비량도 지난 84년까지 연간 130kg을
웃돌던 것이 올해는 120kg선으로 줄어 쌀소비를 억제한 것도 현재의 쌀값
폭락을 거들었다고 농사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 농가 움직임 <>
쌀값 폭락은 곧바로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한풀 꺾어 놓고 있다.
최근 수해를 겪었던 충남과 강원, 호남지역 일부 농민들은 쌀값이 오르지
않자 수해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데 드는 비용이 쌀값보다 더 든다며
아예 벼세우기를 포기하고도 있다.
또 경기도등 일부 지방에서는 쌀값폭락에 따라 수확한 조생종벼를 도정하지
않고 추곡수매가가 인상되기만 기다리며 보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입석리 박인홍씨(56)는 "지난수해로 264평방미터의
벼가 쓸러지자 군에서는 벼를 일으켜 세우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쌀값은 싸고
쌀을 사는 사람도 별로 없어 애써 일으켜 세울 의욕이 나지 않는다"며 쓰러진
벼를 방치해 놓았는데 박씨와 같은 이유로 쓰러진 벼를 세우지 않고 있는
농가는 원주와 횡성지방에만 모두 100여농가 12ha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영농의욕 상실현상은 충남, 호남등지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으며
조생종 벼를 많이 심은 경기지방에서는 수확한 벼를 탈곡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라 보관만 하고 있는데 양주군 회천읍 송모씨(34)는
"9,900평방미터의 논에 조생종 벼를 재배했는데 영농자재, 인건비등은 크게
올랐어도 현재 쌀값이 지난해 통일벼 수매가에도 못미쳐 햅쌀출하를 포기하고
벼를 쌓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들어 확대되고 있는 농민운동과 관련, 전농련등 재야농민단체들이
추곡수매가 11만9,684원(2등품기준) 쟁취운동을 확산시키고 있어 이에 한가닥
희망을 던지는 농민들이 햅쌀출하를 자제하고 있다.
<> 추곡수매가 인상 요구 <>
전농련, 가톨릭농민회등 재야 농민단체들은 추곡수매가가 한계생산비와
도/농간 소득균형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80kg 가마당 11만9,684원 이상이
되어야 하고 <>전량 현금 수매 <>농민대표로 구성되는 농축산가격기구 설치
<>이중곡가제 엄격실시 <>외국농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관철키 위해 전국적인 집회, 공청회등을 확대시킬 방침이다.
이들은 11만원이상의 수매가 근거로 종자대 1,088원, 비료대 2,968원,
농약대 2,092원, 노력비 5만371원, 토지용역비 2만9,602원, 자본용역비
5,797원, 기타경비 2만7,766원등을 제시하고 지난해 수매가보다 3만844원
(34.7%)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올들어 시외버스요금이 14.2% 인상되는등 1년동안 소비자물가가 10%
이상 오른데다 내년부터 공무원봉급이 15%가량 오르는데 추곡수매가를
한자리수로 묶는다는 것은 농정부재를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맞서고 있으며
이달들어서만 전국 20여개 지역에서 "추곡수매가 보장및 전량수매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대 책 <>
이제 농촌은 풍년속의 쌀값걱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농촌의 문제는 농촌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농촌개발을 뒤로 한 농산물개방은 오히려 부작용을 심화시킬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쌀 자급자족시대를 맞았다해서 감산정책을 쓰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이며 일시적 처방은 농민들의 의욕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빚게돼 근본적인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으로 정부미 방출가격을 상향조정하고 재정부담이
늘더라도 정부수매량을 늘려 2중곡가제 적용범위를 넓혀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미곡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일 김식 농림수산장관은 "정부미 유통과정에서의 중간마진 해소,
정부미방출가격 상향조정및 양곡관리 특별회계등 미곡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아도는 쌀의 소비촉진을 위해
빠르면 올해안에 쌀막걸리와 쌀약주 생산을 허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농림수산위에서 밝혔는데 이러한 대책이 성공할수 있도록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