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이 올들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0%이상 감소하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출산업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현대자동차등 완성차 5사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20만7,000여대
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1.9%나 줄었는데 이는 당초 계획됐던 올해 수출
목표 65만1,000대의 31.9%에 불과한 물량이다.
자동차업계는 올해 자동차 수출이 이같은 추세로 나가면 연말까지 잘해야
35만대선에 그쳐 당초 계획보다 30만대이상 수출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의 57만대보다는 최소한 20만대이상 수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87년의 자동차수출이 54만여대였고 86년에 30만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자동차수출은 3년전 쯤으로 후퇴하는 셈이다.
이같은 수출부진에도 국내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오히려 덤덤한 편이다.
우선은 올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내수가 수출경기의 급격한 후퇴를 보완해
아직까지는 물건이 없어서 팔지를 못하는 이례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8월까지 내수판매량은 45만7,000여대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9.9%나 증가했으며 주문을 받아 놓고도 생산을 못해 팔지 못하고 있는 적체
물량이 아직도 각사별로 수만대 규모에 달하고 있다.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수출부진은 해당업계의 차원을 넘어서 경제성장
과 고용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수출은 지난해 37억달러 전체수출의 6.02%를 차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않은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와 섬유등이 지난해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수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올해 수출전망이 2-3차례의 수정끝에 당초목표
보다 30억달러 이상 축소조정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년보다 15억달러나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수출부진에 크게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자동차수출이 올들어 이토록 부진한 이유로는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의 영향도 적지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가격및
품질경쟁력의 약화가 올들어 뚜렷해진데다 내수시장의 신장세에 안주하고
있는 업체들의 자세가 보다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국산 수출자동차의 대종시장인 미국시장의 수요감소가 수출부진
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자동차시장의 수요는 지난 상반기중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7%정도
감소한 510만대선에 그치는등 올들어 취둑이 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국산
수출자동차의 주종인 소형승용차 시장의 경우 15%정도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 미국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일본업체들의 현지생산 본격화와 브라질등 자동차
공업 후발국가의 미국시장 진출확대로 공급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
경쟁이 가열되는등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와 일본업체들까지 앞을 다투며 판매목표달성과
재고처리를 겨냥한 세일경쟁에 나서 심한 경우 대당 1만달러도 안되는
소형승용차의 할인폭이 2,000달러까지 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수출부진을 미국자동차시장 상황에만 돌릴 수는 없으며
수출이 안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업계가 악화되는 시장여건을 극복해
나갈수 있는 자생력과 저력을 갖추지 못한데에 있다고 할수 있다.
우리자동차가 미국시장으로 대표되는 세계자동차 수출시장에서 발판을
잃고 있다는 사실은 상반기중 우리차의 미국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기간
에 비해 30%정도 감소한 반면 최대 경쟁대상인 일본업체들의 미국내 현지
공장들은 판매량을 25% 이상 늘렸다는 점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가.
8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미수출 소형승용차의 수출가격은 업체별로
8% 이상 인상돼 미국시장에서의 시판가격이 웬만한 경우 대당 8,000달러선
을 넘고 있어 일본제 경쟁 차종과의 가격격차가 87년 22%에서 올해에는 15%
이하로 좁혀졌다.
현대가 엑셀보다 한단계 높은 컴팩트카 시장진출을 위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소나타의 경우 선택사양을 모두 추가하면 판매가격이 1만3,000달러선
에 달해 혼다 어코드등 미국소비자들에게 이미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일본제 경쟁차종에 비해 불과 500달러-1,000달러정도 싼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차는 미국시장에서 100만대정도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저가
소형승용차시장을 파고 들었으나 지금 가격수준으로는 저가차 시장을 공략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거의 상실한 반면 가격경쟁력의 약화를 보완할수
있는 품질향상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어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수출업계가 이같은 상황을 내다보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을수 없는
이유는 환율요인을 흡수하지 못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취약성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엔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100%나
절상됐으나 완성차 업계가 자체생산성 향상은 물론 부품업계의 생산성 향상
유도에 앞장서 기술지도를 통해 최대한으로 원가를 절감, 엔화 절상분의
78%를자체 흡수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었다.
도요따 등 주요 업체들은 당시 부품납품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원 등으로 하청업체의 채산상을 유지시키면서도 부품 가격을 30%나
낮춰 기적과 같은 원가절감을 이룩했었다.
그러나우리업계의 경우 지난 88년부터 18% 정도 원화가 절상됐는데도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수출가격에 상당부분 이를 전가시켜 결과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
물론 우리업계는 원화절상 외에 지난3년간 80%이상에 달한 임금 인상으로도
적지않은 원가상승 압박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가상승부담은 일본이 엔화절상으로 받은 수출가격경쟁력
약화요인에 비하면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약한 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무너지고있는 이유는 차체와 엔진등 기본 핵심부품의
설계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아직도 일본등으로부터 핵심부품을 포함
상당부분을 수입해 수출차량에 장착해야하는 기술경쟁력의 열세 때문인
것으로 집약된다.
고가의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이 축적되지않은
상태에서 부품생산단가 인하를 통한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어럽기 때문이다.
기술경쟁력의 격차로 인한 어려움은 앞으로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보인다.
국내의 임금수준이나 생산성으로는 이미 가격만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싼차를 수출시장에 내놓기가 어렵게됐다.
반면 고급차를 만들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고 자동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쉽게 좁혀지지 않고있어 품질경쟁력의 유지는 갈수록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은 2년이면 기존 모델의 성가가 급격히 떨어질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늦어도 3년을 주기로 모델 교체를해야 하나
우리의 기술및 개발력으로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이같은 추세를 따라가기가
벅찬것이 현실이다.
현대의 엑셀이 지난 8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88년부터 판매신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올해에는 수출이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에 현대 소나타와 엑셀의 대미 수출이 당초 예정보다 4-5개월
이상 늦어져 미국시장 진출시기를 놓치게 된 것도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기술력의 열세가 가격, 품질, 마키팅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완성차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은 아직도 지나치게 안이한
실정이다.
연구개발투자비가 매출액의 3% 수준에 그쳐 경쟁대상국의 4-5%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특히 올들어 내수가 기대 이상의 호황을 보이자 수출시장에
비해 품질향상의 노력은 적게 기울이고도 이익은 많이 낼수 있는 내수확대
에만 급급, 그동안 어렵게 확보했던 수출시장을 한꺼번에 잃어비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확대는 우리의 국토 면적이나 인구규모등으로 한계가
있어 공업대축으로의 성장을 뒷받침할수있도록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수출산업으로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은 국제 수준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고 할수 있는 비싼
국산차를 타면서 국내 업계를 지원해왔고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생산규모를 갖춰 일본처럼 세계 1류의 품질을 갖춘차를 국내외
시장에 싼갓으로 공급할수 없다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정부의 과보호울타리안에서만 존속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아직도 조립가공단계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할수없을 만큼 자체 기술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자동차산업의 본격적인수출산업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올들어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의우선과제는 독자적인 생존능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투자 확대에 있으며 정부의 지원이나 산업정책도 여기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