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썩 떨지말고 근본적인 원인찾아 대처를 ****
국정감사가 오랜만에 부활되어 정부의 나라살림을 국회가 들춰내고
따지면서 사회가 한결 활기를 찾게 된 것은 민주화가 가져다준 선물가운데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사회가 권위주의체제에 익숙해진 탓인지 문제를
다루는 시각자체가 구태의연한 경우도 적지않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다루는 시각이 잘못 설정되면 바람직한 해결에의 길을
놓치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과거 수십년의 국회 대정부질의나 지난해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문제는 단돌메뉴의 대표로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금년에는 부실기업문제가 경제흐름에 따라 부각되고 있지만 이것은 바로
금융편중문제와 연결되면서 국정감사의 경제부문을 이 문제가 온통 뒤덮고
있음을 본다.
대기업의 금융편중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말 현재 30대계열의 560여개기업에 대한 여신은 여신관리대상에
드는 전체여신 가운데 20.22%, 금액으로 17조8,200억원에 달했다.
30대 계열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3%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들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수 있다.
더욱이 이들 30대 계열기업은 줄잡아 12만을 넘는 우리나라 법인기업가운데
겨우 0.5%에 불과하면서도 최근들어 비중이 커진 직접금융시장에서 은행
수신액에 맞먹을 자금을 흡수하면서 그밖에도 해외 현지금융이다, 수입선
전환을 위한 특별외화대출이다, 부실기업정리다해서 실제로는 그같은 여신
비중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독점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금경색을 호소하면서도 부동산 투기와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매도하기도 한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30대 계열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계열사 상호간의 지급보증액이 무려 49조원에 이르는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이를테면 "속빈 강정"이기도 하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원론에 돌아가서 생각하면 납득이 안간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회가 민간기업의 운영상태, 또 민간은행이
민간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을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삼는것 자체가 뭔가
비정상이다.
우리가 잠시 이러한 각도에서 이 문제를 보려는 것은 보다 합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대체로 두가지 점에 대해 주의가 환기되어야 한다.
첫째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여신규제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게하는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질적으로라 양적으로나 크게 낙후되어 있는
결과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물경제부문은 앞으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뒷받침하면서 한걸음
앞서 실물경제를 이끌어 가야할 금융부문이 오히려 발전의 애로요인으로서
역기능을 하고 있는데서야 우리 경제사회가 겪어야 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의 "대기업제도" 이른바 재벌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다.
어느 산업사회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이른바 산업구조개편에 따른 고통이
있게 마련이다.
원시자본축적단계에서 뿐만아니라 예컨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옮겨
간다든지 할때 사회가 그 이행에 따른 고통을 겪는 것은 최소한 불가피하다.
경쟁력을 잃은 산업이 해체되는 과정의 어려움, 거기 대신해서 새로운
산업이 사회에 뿌리를 내릴때 수반되는 진통등이 그것이다.
물론 기업들의 부실경영의 책임이나 비기업적인 부동산투기, 그리고
돈놀이들을 이같은 사회변화과정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해마다 국회의 활동이 시작될 무렵이면 전혀 새로운 일인것
처럼 금융을 편중시비로 벌집을 건드린듯이 소란을 떨기보다 그 실상을
따지고 원인을 해부해서 그에대한 식본적인 시정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순리를 밟는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