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은행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이곳에서 일하는 80여명의 한국계 은행원 가운데 한사람이지만 국제금융
시장에서 딜러로서의 훈련과 실전경험을 쌓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딜러라는 이름의 A씨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율변화를 읽으면서 강세의 통화를 사고 약세통화를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은행들이나 전문적인 금융중개회사들이 전문적인 외환거래를 통해
매매차액을 챙기는 것과는 저만큼 거리가 있지만 고객들이 맡긴 돈을
운용하면서 딜러로서의 경험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A씨가 하고 있는 환거래는 하루 490억달러나 거래되는 홍콩외환시장에서는
극히 적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거래액도 놀랄만큼 낮게 한정되어 있는데다 딜링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한국이 언제까지 팔짱을 끼고 있을수 만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 국제외환시장 대형화 적기 대처 ***
런던 뉴욕 동경 취리히 홍콩등 세계주요금융시장을 통해 24시간 끊임
없이 거래되고 있는 통화는 줄잡아 하루 5,000억달러나 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
3년전의 1,500억달러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엄청난 액수다.
홍콩시장이 세계6위에 머물고 있다지만 제일 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런던의 1,870억달러, 뉴욕의 1,289억달러, 동경 1,152억달러등을 비롯
환시장크기는 매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볼때 런던 뉴욕등 주요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는 연간 200조
달러나 되며 이는 지난해 수출입을 모두 합한 세계교역량 3조달러에 비해
70배나 되는 규모다.
미달러 캐나다달러 일본엔 서독마르크 스위스프랑화등이 주로 거래되고
있으나 홍콩시장에선 호주달러와 프랑스프랑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외환거래는 은행이외에도 전문적인 중개회사 또는 종합금융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600여명의 전문딜러들이 24시간 교대로 뛰고 있는 중개회사인 사이노
프러스의 딜링룸은 마지막 전차가 끊기고 왁자지껄하던 거리가 조용해지면서
한층 바빠지기 시작한다.
전화소리, 외치는 소리가 그대로 뒤범벅이 되는 가운데 이곳에서만 하루
1억달러의 돈이 오가고 막대한 매매차액을 따내고 있다.
"환거래기법을 모르고는 하루도 살수 없는 시대다.
장사를 해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들여도 그것을 시기적으로 유리한
통화로 운용해 나가지 않으면 애써 번돈을 앉아서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
효율적인 통화관리를 바라는 것은 회사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사이노
플러스의 딜러담당이사 앤디 차우의 주장이다.
그러나 홍콩외환시장에는 얼마전부터 걱정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화전문딜러들의 이직률이 줄잡아 20%에 이르기 때문.
얼마전까지는 홍콩내 전문회사들 사이의 자리바꿈이 보통이었으나 이제는
아예 호주나 캐나다 또는 싱가포르등으로 보따리를 싸들고 떠나버리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B은행 홍콩지점의 딜러 A씨의 걱정은 다른곳에 있다.
*** 자본시장 자유화따라 더욱 필요 ***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개방이 2~3년 눈앞에 다가왔지만 환거래의 중요성이나
딜러같은 전문가의 훈련이 거의 되어있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는 우리나라가 전신환매매물의 한은집중기준율을 자율화한
지난 15일의 조치가 환거래자유화의 전초단계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통화 바스켓제도 밑에서 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신환매매의 마진폭을 풀어버린 중앙집중제를 예정대로 폐지하게
되면 환에 대한 지식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홍콩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딜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5년 또는 1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난2년간 딜링업무에 직접 뛰면서 배우고 경험했지만 외국은행이나
중개회사들의 전문딜러에는 비길수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최근들어 딜러로서의 훈련과 경험을 더 없는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등에서 딜러의 업무나 딜러를 키우기 위한 방법등을 자주
문의해 오고 있기때문이다.
그때마다 A씨는 전문적인 딜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