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이란/이라크전쟁이 끝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라크보다 1년 늦은 작년 7월18일 이란이 유엔휴전결의안 598호를 전격
수락, 한달후인 8월20일에 양국간의 8년포성은 마침내 멎었다.
그후 양국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를 유지해 왔다.
**** 평화협상 진전 없어 ****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의 협상은 진전이 없고 전쟁재연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연초 국경지대에서 소규모 접전이 몇차례 발생, 수십명이 희생되었다.
전쟁이 끝난 지금 양국은 소련 프랑스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등
군비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두나라는 유엔중재로 작년 8월25일 첫 평화협상을 가진후 지금까지 4차례
회담을 열었다.
이라크는 국경지대인 샤트 알 아랍영로를 우선 준설하고 이곳에서의 자유
항해권을 보장해 줄것을 이란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군이 점령중인 1,000평방미터의 이란영토에서 무조건 철수할
것을 주장, 양측의견이 팽팽히 맞서있다.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양국의 전쟁포로교환 문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불과 2,000여명의 부상포로병이 교환되었을 뿐이다.
금년 5월에 5차평화협상이 연기된후 아직까지 다음 협상날짜도 잡혀있지
않은 상태이다.
전쟁후 양국의 국내사정은 변화의 정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란에서는 권력구조가 크게 바뀌었고 회교혁명이념은 경제재건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 이란...이념퇴색/경제재건 몰두 ****
지난 6월 호메이니사망후 개혁실용주의자인 라프산자니와 하메네이가 각각
대통령과 최고종교지도자로 취임해 이란을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으로 이끌고
있다.
전후복구와 경제발전을 최대목표로 두고 국영기업의 민영화, 석유화학산업
개편등을 서두르고 있다.
외국자본과 기술도입에도 눈을 돌려서 벗어나 개방과 국제경쟁협력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외채, 생필품부족, 높은 인플레와 실업률등 많은 현안들이
이란 앞날에 놓여있다.
**** 이라크...ACC결성 발언권 강화 ****
이라크 경제사정도 이란과 다를바 없다.
600억달러로 추산되는 외채, 만성적인 물자부족, 많은 실업자, 파괴된 산업
시설등 경제상황은 극도로 악화돼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국민생활수준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이라크는 후세인의 철권통치 지속 ****
이란과는 달리 국내정치는 변화가 없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철권정치가 계속되고 그의 친/인척에 의한 족벌
정치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야당의 부분적인 정치참여 허용, 인권을 제한해온 각종 보안법의 개폐,
표현의 자유확대등 일련의 정치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눈에 띌만한 변혁은
없다.
페르시아만 전쟁후 중동정세 역시 적지 않는 변화를 겪었다.
작년 11월11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이스라엘 인정, 테러리즘포기를
천명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아랍-이스라엘 분쟁이 해결되는 듯한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레바논내전의 재연등 중동사태는 다시금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 이라크가 또다시 시리아 이스라엘등과 함께 레바논 내전에 간여, 중동
세계에서 주도권장악을 노리고 있다.
아랍제국들간의 주도권다툼은 페르시아만전쟁후에 중동에 나타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중 하나이다.
이란과의 전쟁중 이방인(페르시아인)에 대한 아랍세계의 방파제역할을 자처
했던 이라크가 전쟁이 끝난후 아랍세계에서의 발언권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라크가 연초에 이집트 오만등과 ACC(아랍협력협의회)를 결성한 것은
주도권획득의 일환으로 보인다.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등이 이라크를 견제하고 있다.
앞으로 중동정세는 이란 이라크의 평화협상진전과 함께 양국의 외교자세
변화와 국내정치변동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