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극시대의 길목 중소 회담 ***
중국과 소련이 30년 적대관계의 청산을 내걸고 15일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중소화해는 86년 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선언이래 예정되어 왔다.
이제 소련이 오래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아프간에서 손을 떼고 15일
부터는 몽고주둔군철수를 개시해 양국관계는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된것이다.
소련은 또 이번 회담에 앞서 오는 9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월남군을 철수
케하고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원조등 개입을 축소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는 이제 동남아경제권에 복귀되어 시장이 개방되고 외부로
부터의 투자와 기술공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또하나 근본적인 변화가 종래의 유럽중심, 군사중심
미소우극체제의 와해를 재촉하면서 세계를 아시아중심 내지 경제중심의
다극화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시대 미소간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전쟁비용증가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미국 전략핵폭격기 B1의 대당가격은 20억달러,개발비를 포함하여
100대의 제조에 2,000억달러가 계상되었다.
탄도탄등 핵분야를 논외로 하더라도 2차차대전때와 비교해서 주력전투기
값이 100배, 항공모함이 25배에 이르니 레이건과 브레즈네프 시대의 치열한
군비경쟁이 어떻게 고르바초프로 하여금 이른바 "새로운사고"를 낳게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왕년의 미국방정책의 챔피언 맥나마라까지 미국도 군사사사의 "신사고"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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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소정상회담이 특히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핵심인 한반도문제와의 관련때문이다.
고르바초프도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평화에 관한 중대 발표를 할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확실히 중소화해는 종래의 소련-북한 관계나 중국-북한관계
의 틀에 중대한 수정을 가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가 중심에 놓이는 중소화해는 일차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개방가중
할 것이며 소련-북한 혹은 중국-북한의 군사동맹성격은 격하될 것이 분명
하다.
양국이 종전처럼 경쟁적으로 북한의 군사.정치귀향을 지원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 반면 중소의 관심은 남북한관계개선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것은 다시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맞물릴수밖엔 없다.
고르바초프는 소.중.일.한.북한등의 해안선이 집중되는 지역의 군사대치를
완화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회담을 이미 제안하면서 지역당사자의 하나로
한반도 긴장완화문제에 직접 개입할 뜻을 비친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소련과 중국이 펼쳐나갈 다극시대의 기본구도는 이
이시점에서 우리외교가 깊이 음미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경제의 오늘을 가능케 한 역량이나 한반도가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중심에 놓인다는 지정학적 위치를 갖는 우리로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과거
우극시대를 살던 외교감각을 이제부터 새로운 다극적 감각으로 바꾸는 일
이다.
적극적이면서도 치밀한 북방정책을 확립하는 일은 정치 경제의 내일과
통일문제 해결에도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