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주가 기상도 ..."개미군단의 위혁" ***
장세가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타기 직전인 지난달 증시는 대단히 흥미로
운 현상을 보여준 바 있다.
통화환수에 비상이 걸린 통화당국이 4조원이상에 달하는 통화안정증권을 발
행, 기관투자가들에게 강제배정함에 따라 증시에 대한 악영향이 심히 우려되
던 시점이었다.
증권 투신 보험 단자등 주요기관투자가들은 통안증권인수자금을 마련키위해
증권시장에 주식을 대거 내다 팔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필연적으로 주기도 상당폭 떨어질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인 관측이었다.
*** 기관 "물량작전"도 안먹혀 ***
그러나 실제 주가움직임은 이러한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기관들의 무차별적 주식살포(?)에도 불구, 주가는 조금씩 조금씩 상승커브
를 그려나갔기 때문이다.
기관들의 대량매물을 거뜬히 소화, 상승장세를 이끌어 낸 것은 바로 수많은
소액투자자들.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이들 소액투자자 집단의 위력은 대단하다.
큰손은 아니지만 어떤 큰손보다도 더 큰힘을 발휘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
다.
그만큼 주식투자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지방의 주식열기도 뜨겁기만 하다.
신설점포가 많이 생겨난 덕분에 지난해처럼 몇백m씩 줄을 서야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지만 객장은 여전히 빈틈을 찾기 힘들다.
문앞엔 수십대씩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아기를 등에 업은 아줌마들도 많다.
정보가 다소 늦은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 지방의 투자자수는 서울지역과
어깨를 견줄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증대됐다.
소액투자자들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86년이후 주가가 줄기찬 상승세
를 보여온 점과 서로 맞물려 있다.
주가가 오르니 너도나도 증권사로 모여들고 늘어난 투자자들은 다시 주가상
승을 부추긴다.
최근의 주식투자증가추세는 실로 놀라운 정도다.
지난85년말에만해도 각 증권사에 개설된 위탁구좌수는 19만1,857구좌, 투자
금액은 1조2,15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3년2개월만인 지난 2월말현재로는 구좌수는 218만2,463구좌, 투자금
액은 22조9,067억원으로 늘어났다.
*** "낙관/신속/과감" 특징...여성전용 객장까지 ***
이같은 수적변화에서 알수있듯 이들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초보투자자들이
다.
주변에서 주식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소문을 듣고 나도 한번 해보자고 나선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거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주식투
자에 뛰어든 사람도 적지 않다.
개미군단의 특징은 "낙관 신속 과감"이라고 풀이하는 증권관계자들이 많다.
운용금액이 많지 않기때문에 시류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 다니는데다 대부분
주가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초보투자자들인 관계로 막상 매매시에는 주변분위기에 휩쓸리는 뇌
동매매를 일삼아 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실제로 재미를 못보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너무 빠른 템포로 오르다보니 요즘 중산층사이에선 노동보다도 재테
크를 더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증권사점포가 확충되면서 이같은 풍조는 농어촌중소도시에까지 번질 기세다.
가만히 앉아서 수십만 수백만원씩 벌수 있는 것이 주식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면 그 후유증은 우려할만하다.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라도 일어나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만 철석같이 믿었던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당국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을 정말 진지하게 한번 강구해 봤는지 궁
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