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
시장원칙 작동 않는 평등주의 탈피
가정형편 따른 장학금 지급은 확대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다산칼럼] 진정 세계 일류대학을 원한다면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생 네 명 중 세 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고(高)학력사회다. 때문에 많은 대졸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런 교육열이 그간의 국가 발전을 구동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여하튼 대부분의 가정이 대학생 자녀를 두게 되면서 대학 등록금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됐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 측 주장이다. 물가는 조금씩이라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7~8년째 계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은 운영비의 대부분을 여기에 의존하는 많은 사립대학들엔 큰 타격이다. 한국은 75%의 대학생이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기에 결국 전반적인 대학 교육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편안한 오늘을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의지와 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대학의 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등록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옳다.

국내 사립대학 연간 등록금은 800만~900만원 수준이다. 학문 분야별로 다르지만 전체를 평균하면 대학별로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 등록금은 우리 사회의 다른 여러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획일적인 문화 혹은 무차별 평등주의를 반영하는 듯싶다. 만일 등록금 액수가 대학 수준과 교육의 질을 나타낸다면, 국내 거의 모든 사립대학은 여러 측면에서 같아야 할 것이다. 이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원칙이 아직 우리 대학 교육에는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미국 유수 대학의 등록금은 연간 5만달러 선에 이르므로 이와 비교해 국내 대학 등록금이 너무 싸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세계와 경쟁하겠다는 국내 대학들이 등록금은 이들 해외 대학의 반에 반도 안 받으면서, 게다가 국가와 사회의 추가 지원도 미미한 형편에 무엇을 동력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진정 세계적인 일류 대학을 원한다면 더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대신 더 알찬 교육을 제공하는 그런 대학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미국 대학의 비싼 등록금을 일반화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런 비싼 등록금은 수준 높은 소수 대학에 한정되는 경우로, 여기에 다니는 학생은 미국 전체 대학생의 20% 미만이다. 즉, 이런 대학들의 비싼 등록금이 사회 전체 문제는 아닌 것이다. 훨씬 많은 수의 학생들은 연간 등록금 1만달러 수준의 대학에 다니고 있다. 미국 사회에 등록금이 다른 곳에 비해 4~5배씩 비싼 대학이 존재하고, 또 학생들이 그런 대학을 택한다는 것은 대학 교육에도 시장의 힘이 미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 일류 대학의 등록금은 당연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큰 장벽이기는 하지만 이를 도와주는 장학금 제도가 있다. 국내 대학에는 소위 ‘성적우수장학금’이 많은데 미국에서는 이와 달리 장학금이란 기본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실제로 미국 유명 대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체의 35~4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소위 ‘학비부담능력 기준(need-based)’ 장학금을 받고 있다. 스포츠나 예술 분야 등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실력 기준(merit-based)’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모두 합해 5% 미만이며, 우수한 학업성적만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아주 제한돼 있다.

여하튼 우리 사회가 모든 대학들에 무차별적으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여기에도 시장 원칙이 작동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등록금을 많이 받는 대학들은 그만큼 학비부담능력 기준 장학금을 확대해서 결국은 여유 있는 계층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돕는 나눔의 사회체제를 이뤄야 할 것이다. 장학금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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