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애 첨단산업 실험 마음껏"…대구, IoT·바이오 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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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드가 국가 경쟁력
첨단산업 실험장으로 뜨는 대구
"기술력 있는 기업들 밀착지원
7대 신산업으로 글로벌 도시 도약"
첨단산업 실험장으로 뜨는 대구
"기술력 있는 기업들 밀착지원
7대 신산업으로 글로벌 도시 도약"
하수 슬러지(하수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를 자원화하는 회사인 엔바이오컨스는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구시 산하 대구환경공단과 중국 환바오(環保)과학기술공업원, 필립유한공사 등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1억위안(약 180억원)가량의 기술이전료도 받았다. 이 회사의 1년 매출(24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엔바이오컨스는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지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엄두조차 못 냈다. 절차가 번거로웠고,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금융회사들도 신뢰하지 않았다. 대구시의 ‘밀착 지원’으로 글로벌 업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험을 원하면 대구에서”
인구와 소득 감소 등으로 쇠퇴하던 도시 대구가 부활하고 있다. 한때 섬유·소재산업 발전으로 수출의 주역이었지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가량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침체가 계속됐다. 대구시가 2010년부터 물산업, 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의료·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7대 신(新)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구시가 꺼내든 것은 7대 신산업의 테스트베드 전략이다. 신산업은 업체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곳이 필요하다.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의 시험운행장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를 없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연구개발(R&D) 및 판로 확대 등도 지원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목표다. 섬유·소재 등 제조업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기업의 테스트베드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수처리장의 핵심 설비인 교반기 제조업체 우진은 테스트베드 덕을 톡톡히 봤다. 대구환경공단은 2008년부터 하수처리시설과 소각장을 전면 개방했다. 우진은 이곳에서 설비를 시험하고, 대구환경공단과 공동 R&D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80%가량 에너지를 절감하는 제품을 내놨다.
◆자율주행차부터 의료·바이오까지
대구시는 자동차분야에도 테스트베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2014년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을 열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지역 업체들은 이 같은 인프라를 토대로 전기차 분야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인 삼보모터스는 작년 9월부터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전기차 구동용 감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둥펑자동차 지리자동차 등과도 협상을 벌이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구시는 판로 확대를 위해 작년 11월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과 ‘친환경 첨단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의료 한류’를 이끄는 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치과용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메가젠임플란트는 지난해 전년(411억원)보다 32% 많은 5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유럽과 미국을 공략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무통주사기를 제조하는 유바이오메드와 수술용 기구 제조사 파인메딕스 등도 중국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전략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IoT 특별시’로 변신
대기업도 대구를 찾고 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대구시는 지난달 28일 ‘대구 사물인터넷(IoT)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대구를 ‘IoT 시범도시’로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다음달까지 대구 전역에 IoT 전용망을 설치한다. IoT 관련 업체들이 일반 통신망을 쓸 때보다 망 사용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IoT 관련 지식재산을 공개하고,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들은 IoT 기술을 활용해 의료, 교통, 에너지 등 도시 인프라를 효율화하는 공동 연구도 벌일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 개방형 혁신 및 협업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 조건”이라며 “첨단 산업의 테스트베드라는 대구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이현동 기자 okmook@hankyung.com
엔바이오컨스는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지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엄두조차 못 냈다. 절차가 번거로웠고,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금융회사들도 신뢰하지 않았다. 대구시의 ‘밀착 지원’으로 글로벌 업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험을 원하면 대구에서”
인구와 소득 감소 등으로 쇠퇴하던 도시 대구가 부활하고 있다. 한때 섬유·소재산업 발전으로 수출의 주역이었지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가량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침체가 계속됐다. 대구시가 2010년부터 물산업, 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의료·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7대 신(新)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구시가 꺼내든 것은 7대 신산업의 테스트베드 전략이다. 신산업은 업체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곳이 필요하다.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의 시험운행장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를 없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연구개발(R&D) 및 판로 확대 등도 지원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목표다. 섬유·소재 등 제조업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기업의 테스트베드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수처리장의 핵심 설비인 교반기 제조업체 우진은 테스트베드 덕을 톡톡히 봤다. 대구환경공단은 2008년부터 하수처리시설과 소각장을 전면 개방했다. 우진은 이곳에서 설비를 시험하고, 대구환경공단과 공동 R&D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80%가량 에너지를 절감하는 제품을 내놨다.
◆자율주행차부터 의료·바이오까지
대구시는 자동차분야에도 테스트베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2014년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을 열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지역 업체들은 이 같은 인프라를 토대로 전기차 분야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인 삼보모터스는 작년 9월부터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전기차 구동용 감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둥펑자동차 지리자동차 등과도 협상을 벌이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구시는 판로 확대를 위해 작년 11월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과 ‘친환경 첨단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의료 한류’를 이끄는 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치과용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메가젠임플란트는 지난해 전년(411억원)보다 32% 많은 5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유럽과 미국을 공략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무통주사기를 제조하는 유바이오메드와 수술용 기구 제조사 파인메딕스 등도 중국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전략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IoT 특별시’로 변신
대기업도 대구를 찾고 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대구시는 지난달 28일 ‘대구 사물인터넷(IoT)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대구를 ‘IoT 시범도시’로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다음달까지 대구 전역에 IoT 전용망을 설치한다. IoT 관련 업체들이 일반 통신망을 쓸 때보다 망 사용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IoT 관련 지식재산을 공개하고,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들은 IoT 기술을 활용해 의료, 교통, 에너지 등 도시 인프라를 효율화하는 공동 연구도 벌일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 개방형 혁신 및 협업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 조건”이라며 “첨단 산업의 테스트베드라는 대구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이현동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