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검토하는 한은]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나올까…고심하는 한은, 숨죽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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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물가에 놀란 한은
경제지표 급속 악화, 통화정책 변화 압박
한경 이코노미스트 회원 "금리 내려야" 64%
경제지표 급속 악화, 통화정책 변화 압박
한경 이코노미스트 회원 "금리 내려야" 64%
그간의 기준금리 인하 논쟁 이면에는 저물가의 원인 및 현 경기 상황에 대한 한국은행과 시장의 엇갈리는 판단이 있었다. 저물가의 원인이 수요부진 때문이냐 저유가와 농축산물 가격 안정 등 공급요인에 의한 것이냐를 놓고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수요, 한은과 정부는 공급 측 요인에 각각 더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올 들어 수요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진단과 함께 생산 소비 물가 등의 지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조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급속하게 세를 얻어가고 있다.
○한은 ‘태풍전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사상 최저치인 연 2%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현 금리 수준도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말 1089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리 동결의 이유였다. 여기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영향을 지켜본 뒤 추가 인하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한은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 물가가 석 달 연속 0%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가 심화되면서 디플레이션(저성장으로 인한 마이너스 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돼 기존 관점을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개선되는 듯했던 1월 산업생산이 하락세(-1.7%)로 돌아서고 수출도 45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한 것도 심상찮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책 연구원은 물론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KDI는 5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상황이 여전히 부진하다며 “조업일수 증가에도 주요 생산 관련 지표가 둔화하고 있고, 내수·수출 등 전반적인 수요도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상승이 아직 실물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중국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 러시아 등이 금리인하 등을 통해 통화완화에 나선 만큼 한은도 가만있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바람에 ‘수출채산성 악화-저물가 고착화-세수 부족’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1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달 금리인하에 찬성한 사람은 7명(63.6%)이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주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의미여서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과거만큼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하는 건 내수 활성화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저유가가 지속되고 금년에도 농산물이 풍작을 보이면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이달 들어 0.06%포인트 하락(국채값 상승)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최소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 기준금리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속에 오는 12일까지 금통위 결정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사상 최저치인 연 2%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현 금리 수준도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말 1089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리 동결의 이유였다. 여기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영향을 지켜본 뒤 추가 인하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한은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 물가가 석 달 연속 0%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가 심화되면서 디플레이션(저성장으로 인한 마이너스 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돼 기존 관점을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개선되는 듯했던 1월 산업생산이 하락세(-1.7%)로 돌아서고 수출도 45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한 것도 심상찮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책 연구원은 물론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KDI는 5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상황이 여전히 부진하다며 “조업일수 증가에도 주요 생산 관련 지표가 둔화하고 있고, 내수·수출 등 전반적인 수요도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상승이 아직 실물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중국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 러시아 등이 금리인하 등을 통해 통화완화에 나선 만큼 한은도 가만있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바람에 ‘수출채산성 악화-저물가 고착화-세수 부족’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1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달 금리인하에 찬성한 사람은 7명(63.6%)이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주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의미여서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과거만큼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하는 건 내수 활성화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저유가가 지속되고 금년에도 농산물이 풍작을 보이면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이달 들어 0.06%포인트 하락(국채값 상승)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최소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 기준금리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속에 오는 12일까지 금통위 결정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