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해 금산분리 완화해야 하나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점을 개설하지 않고 통장발급에서부터 예금·대출까지 모든 업무를 인터넷상에서 진행하는 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들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금융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구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4%(의결권 기준)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어서다.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으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회사들도 굳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해야 할 유인이 없어진다. IT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 80위에 머무를 정도로 낙후돼 있어 산업자본 진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기업의 사(私)금고로 전락하고, 금융 불안정성이 증대될 것이란 주장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찬성 세계 '핀테크 혁명' 산업자본이 주도…'금융의 삼성' 나오려면 주인 있어야

건전성 규제 등으로 기업 私금고화 문제 풀 수 있어

[맞짱 토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해 금산분리 완화해야 하나
중국의 마윈(馬雲)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는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를 뉴욕증시에 상장해 중국 최고 갑부로 등극했다. 시가총액이 290조원으로 삼성전자(190조원)의 1.5배에 달한다. 본인만 갑부가 된 것으로 그친 게 아니다. 중국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G2’ 국가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마윈 은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함께 모바일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모바일 보험회사 중안온라인을 묶어 마이진푸금융그룹을 세웠다. 그룹의 핵심에는 저장왕상은행이 들어 있다. 한국에서도 설립이 논의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중국에서는 인터넷기업 텐센트도 위뱅크라는 이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갖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에서 20여개, 일본에서도 6개가 성업 중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유럽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산업자본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증거다.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포털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 전자상거래업체 등은 ‘모바일 혁명’을 타고 ‘금융 빅뱅’을 주도하고 있다. ICT와 금융이 융합하는 ‘핀테크(fintech)’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정 등에 묶여 새로운 금융혁명의 물결을 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금산분리 규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세계경제포럼은 한국 금융산업을 144개국 가운데 80위로 평가했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는 없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주인이 있고 은행들은 주인이 생길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현재 18개 시중은행, 지방은행, 금융지주회사 중에서 외국계 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이 대주주다. 자연히 ‘낙하산 인사’와 과도한 규제가 뒤따르고 금융산업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
[맞짱 토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해 금산분리 완화해야 하나
새로운 금융 빅뱅 시대에도 한국이 뒤진다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한때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던 싱가포르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5만6100달러로 한국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 싱가포르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600개에 이르는 외국 금융회사 진출이다. 고액 연봉의 고급 인력이 부족해서 연이어 경영대학원을 설립하니 자연히 금융과 교육 허브가 됐다. 한국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다. 이렇게 된 것은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청년들에게 이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이 세대의 후대에 대한 책무다.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회사의 재벌 사금고화, 경제력 집중, 금융과 산업 간의 이해상충, 금융불안정성 증대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본시장 발전으로 재벌들의 은행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고, 우려되는 부작용은 동일인 여신한도, 건전성규제 등 거래규제와 은행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이때 산업자본의 인터넷·모바일은행 진출을 원천 봉쇄할 경우 한국 금융산업은 더 낙후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반대 금융·산업자본 분리 무너지면…은행, 기업의 '私금고' 될 수도

금산분리 완화 없이 인터넷銀 설립방안 모색해야

[맞짱 토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해 금산분리 완화해야 하나
금융위원회가 올해 중점 추진 정책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들고 나왔다. 인터넷을 이용해 금융서비스의 내용과 품질을 개선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나 금융회사의 본인확인 의무 완화를 노려 규제차익을 얻으려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나 우리나라의 금융질서를 위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금산분리 원칙 위반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해악을 이미 여러 차례 목도했다. 멀리는 삼성이 삼성생명 고객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에서부터 가깝게는 금산분리가 적용되지 않는 저축은행에서 수없이 나타난 동일인 대출한도 위반과 출자자 대출한도 위반의 문제가 그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벌이 금융회사를 이용해 나쁜 짓 하는 것은 옛날 얘기고, 요새는 그런 재벌이 없고 규제도 충분히 강화돼서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는 막다른 골목에 놓인 부실 기업이 극단적 선택도 불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동양종금과 계열 대부업체를 엮어서 기업지배에 활용하고, 망해가는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썼다.

또 산업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지분한도를 언론 보도처럼 20%까지 허용한다면 이는 곧 산업자본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는 결과가 돼 금산분리의 원칙이 허물어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은 하지 않고 개인대출만 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현재 금산분리가 해제된 상태에서 소액 개인대출만 하는 대표적 회사가 대부업체다. 결국 금산분리를 해제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사무소 없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에 예금수납까지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금융소비자를 위하는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다.

만일 금융소비자가 소액 대출 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언론 매체에는 ‘전화 한 통화’면 ‘단박에’ 대출이 나간다는 대부업체의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금 한국의 소비자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약탈적 대출에 대한 통제다.
[맞짱 토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해 금산분리 완화해야 하나
본인확인 의무에 대한 규제 완화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뱅킹이 크게 발달했다. 따라서 이를 악용한 전자금융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대다수 국민의 신용정보가 이미 대부분 유출됐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분실된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사기대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빈발해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곤 한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생길 때 금융소비자가 대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 확인 의무를 더 완화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는 추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금산분리라는 대원칙과 금융실명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질서를 어지럽힌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처럼 금산분리와 본인확인 의무를 지나치게 완화하지 않고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정착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