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00억원 이상 기업들의 현금 자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총자산 대비 현금자산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를 도입한 근거인 ‘기업들이 과도하게 많은 현금을 쌓아 두고 있다’는 주장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한경硏 "기업 현금보유 과다? 10년 前보다 비중은 줄어"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산 300억원 이상(2010년 기준)인 기업 7841개의 지난 10여년간 현금흐름을 분석한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2001년 184조원에서 지난해 50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총자산 대비 현금 자산 비중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현금 보유비율 평균은 2001년 13.2%에서 2012년 12.2%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비율은 14.3%에서 13.3%로, 비상장기업도 12.6%에서 11.8%로 각각 감소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몸집(자산)’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현금 자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자산 비중을 살펴야 하는데, 현금 자산의 증감이 늘었다는 것만 문제삼는 건 잘못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자산이 적정선을 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2005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까지 조사대상 기업들의 실제 현금자산 비율과 적정 현금 자산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09년부터 적정 현금 자산 비율이 실제 현금 자산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2012년의 경우 적정 현금 자산 비율은 12.8%였으나 실제 현금 자산 비율은 12.2%에 그쳤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