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원조국가는 프랑스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짜 원조’는 레바논이다. 6000년 전 페니키아(지금의 레바논) 사람들은 그리스에 와인을 전파했다. ‘샤토 무사르(Chateau Musar)’는 그 레바논에서 교과서로 불리는 와인이다. 국내에는 2006년 선보였다.

5일 한국을 찾은 세르지 호샤르 샤토 무사르 와이너리 대표(73·사진)는 자신의 와인을 ‘느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샤토 무사르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최소한 7년 동안 숙성한다”며 “오래될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의 절반을 재고로 보관한다”고 말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탄생하는 샤토 무사르는 세계에서 올드 빈티지 와인이 가장 많은 와이너리다.

이번 방한에는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그의 아들 마크 호샤르(43)도 동행했다. 그는 프랑스 그랑제콜을 졸업하고 JP모건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했다. 촉망받는 금융인이었던 그가 와인 디렉터의 길을 선택한 이유도 ‘느림’ 때문이다. 그는 “금융은 빠르고 최첨단인 반면 와인은 느리고 전통적”이라며 “아버지와 함께 와인을 만들며 많지 않은 나이지만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람들도 지금은 바쁘게 일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여가를 찾게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와인과 샤토 무사르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토 무사르는 ‘전쟁 속의 와인’으로 불린다. 1975년부터 시작된 16년간의 내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호샤르 대표는 “와인은 기후와 토양 외에도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무사르는 아랍어로 ‘경관이 뛰어난 곳’을 뜻한다. 샤토 무사르 와이너리는 술의 신 ‘바커스’ 신전이 있던 곳에 자리잡고 있다. 호샤르 대표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갖고 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과는 차이가 있어 특이한 맛을 낸다”며 “한국인들이 제3세계 와인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