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정보,감성과 상상력의 창을 넓혀주는 최고의 활자매체.책은 우리 사회의 지형도와 다가올 변화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영혼의 촉수'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의 자화상을 비추고 새로운 트렌드를 조명한 책은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은 2009년 대한민국의 '더듬이'와 경제위기를 헤쳐갈 '길잡이' 역할을 해준 양서 20권을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

선정 작업에는 주요 출판사 대표와 편집 · 기획자,서점 직원,도서유통 관계자,학자,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입체적인 분석 위에 한국경제 '책마을'팀의 평가를 겹쳐 경제 · 경영 · 자기계발 분야 11종,인문 · 사회 · 문학 분야 9종을 골랐다.

이 중 시카고대와 하버드대의 교수 두 명이 쓴 《넛지》는 '선택 설계학'이라는 새 코드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두 저자는 개인투자에서부터 자녀교육,식생활,신념까지 인생의 수많은 결정 요인을 되짚어보고 "인간이 '부적절한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는 갖가지 편견 때문"이라면서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여러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이를 통해 최선의 결정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인생과 비즈니스,국가경영의 효율적인 '사고 방식'을 일깨워준다.

이 밖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배경,향후 파장을 다루면서 경제학의 원리를 설파한 《야성적 충동》 《위험한 경제학》 《진화의 경제학》 등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1만시간 이상의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웃라이어》,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하철과 코코넛》,직장 생존 노하우를 담은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불황기일수록 뚜렷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전략의 탄생》과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라는 《시나리오 플래닝》,가까운 미래 비즈니스의 승부처를 예시한 《글로벌 트렌드 2025》,워런 버핏의 전기 《스노볼》,왜 남자는 숫자에 밝고 여자는 사람을 더 잘 아는지를 뇌 구조의 차이로 밝혀낸 《브레인 섹스》,심리학의 새로운 경계를 펼쳐보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위험한 심리학》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액 선인세 등 숱한 화제를 뿌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고 장영희 교수의 산문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송찬호씨의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김이설씨의 소설 《나쁜 피》 또한 인기를 끌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