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지원·서훈 자택 압수수색…'서해공무원 피살' 수사 급물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16일 압수수색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피살됐을 당시 정부 부처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월북 몰이’를 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사건과 관련된 주요 피의자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예하 일부 부대, 해경 등 사건 관계인들의 주거지·사무실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사건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요 피의자의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검찰이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박 전 원장은 이씨가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됐을 당시 감청 기록 등이 담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죄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로 지난달 국정원 등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국정원은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다는 내용의 첩보 보고서를 박 전 원장이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박 전 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택 압수수색은 겁주고 망신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방부는 이씨 사망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두 차례 열린 관계장관회의 전후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판단에 배치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 일부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당시 국방부 등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조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서 전 장관은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국정원 서버에 남은 보고서 및 정보 생산·삭제 기록과 직원 간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기록 삭제 지시 배경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기밀·첩보 삭제가 있었는지, 정부 관계자들이 이씨의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라는 지침을 내렸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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