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출신만 작가인가'…구혜선은 잘못이 없다 [이슈+]

홍대 이작가, 구혜선·솔비 등 셀럽화가들 정면 비판
구혜선 반박 이어 조영남 "기죽이지 말라" 응수.
네티즌 "이작가가 예술가병에 단단히 걸렸다" 비난
"캔버스 하나 사주지 못할 망정 기죽이지 마세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구혜선, 솔비, 하정우 등 연예인 화가들에 대한 이규원 작가의 비난에 총대를 멨다.

이른바 '셀럽 화가'들에 대한 논란은 홍대 이작가로 활동 중인 이규원이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시작됐다. 이규원 작가는 "미술 신에서 유일하게 인정 받은 작가는 조영남"이라며 "다른 분들은 작가를 이벤트성으로 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혜선에 대해 "말 할 가치도 없다"면서 "미술 하나만 봤을 때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개인적인 바람은 배우나 하셨으면 좋겠다. 미술은 그냥 즐기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구혜선의 미술 실력에 대해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것 같으나 취미 미술 수준"이라며 "백화점도 안 되고, 홍대 앞에 취미 미술 학원 정도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갈 수 있고, 전시할 정도는 안 된다"고 했다.이 작가는 또 하정우에 대해 "그림에 대한 재능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미술 작품만 두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예술적 재능이 큰 건 맞는 거 같다. 하정우는 워낙 인기가 좋으니 팬들이 작품을 구매하는 거 같다. 하정우는 진심으로 예술적인 것들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솔비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는 미대에 가고 싶은 중, 고등학생 수준. 지금은 21학번 정도다. 홍대 미대도 아니고 그냥 미대 21학번"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거 하기 전에 미술 큐레이터 10명 정도에게 물어봤다.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솔비라는 이미지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나마 솔비라는 이름 때문에 더 좋게 보는 편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의 발언이 보도되자 구혜선은 "예술은 판단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에 객관적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여러분들에게 문턱 낮은 예술을 소개해 드리고자 그동안 무료 관람 전시를 진행했고 또 지향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작업한 섬세화의 판매 수익 2억 4000만 원은 소아암 병동. 백혈병 환우회. 코로나19 희망 브릿지 등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의 당당함은 마음을 나누는 것에 있다는 것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다"며 "세상 만물과 더불어 모든 이의 인생이 예술로 표현될 수 있으면 마음먹은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를 응원한다"고 강조했다.연예인 화가들의 작품이 예술성이 있는지, 아니면 미흡한지에 대한 담론이 온라인 상에서 오갔다. 이규원 작가의 인스타그램엔 많은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속 시원하게 할 말 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연예인들 작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게 배 아픈 것 같다", "함부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평가하면 안 된다", "본인은 얼마나 예술성이 있나 보러 왔는데 예고 입시생 수준", "이게 말로만 듣던 예술성? 말 할 가치도 없다"는 비난도 있었다.

대표적인 '아트테이너' 조영남이 후배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는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나는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작가님이 보기에 연예인들의 작품이 유치하다 생각한다면 잘 그리는 법을 알려달라. 레슨비는 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우리나라 미술계는 외국처럼 날카로운 비평을 하지 않는다. 서로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규원 작가의 직설적인 비평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막 의욕을 갖고 그림 그리는 아이들에 대한 비평은 적절히 부탁한다. 캔버스 하나 사주지 못할 망정 기죽이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남은 오는 6월 4일 전시회를 연다면서 "이규원 작가가 그전에 와서 보고 비판해 달라. 팜플렛에 비평을 싣겠다"고 제안했다.
이규원 작가의 인스타그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또한 "이규원 작가 작품도 콘셉트가 후지다"라고 저격했다. 그는 "누가 그리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 것"이라며 "좋아하는 그림은 돈 주고 살 수도 있는 문제. 팔리는 작품이 꼭 훌륭한 것도 아니고 안 팔리는 작품이 꼭 훌륭한 것도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진중권 전 교수는 "연예인들의 작품활동이 작가들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거기서 박탈감을 느낀다고 하는 건지"라며 "그림 산 이들이 그저 연예인이 그린거라 산 것이라면 어차피 작가들 작품은 안 살 것"이라고 일침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신분제 사회도 아니고 꼭 홍대 나와야 작가 자격이 생기느냐"며 "인문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설민석, 최진기가 인문학에 해 되는 것 아니다. 그냥 다른 재능이고 하는 일이 다르다. 그 사람들 강의가 없어진다고 인문학자들의 책을 사고 강의를 들을 것도 아니다. 나도 가끔 강의 중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다. 그때 지적해서 고쳐나가면 된다"고 했다.

김 작가가 언급한 연예인들 외에도 배우 김규리, 박기웅, 하지원 등이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연기나 잘 하라"며 연예인들의 그림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 미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는 여론도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미술의 문턱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미술이 대중화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또 "미술을 비즈니스 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술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선순환을 이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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