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페이 가맹점 늘려라"…공무원 총동원령 내린 박원순

서울페이에 올인하는 박 시장

가맹점 확보 쉽지 않은데다
은행과 수수료 협상도 지지부진
연내 도입 어려워지자 대책 마련

단속권한 가진 직원들 내세워
음식점·카페 등 가입 독려
자영업자에 대한 사실상 강요

금융위 "인위적 시장 개입" 지적
박 시장 '대선 의식한 행보' 비판도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가 수수료 없는 지급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서울페이)’ 가맹점 확대를 위해 시청 및 자치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연내 서울페이 도입을 위해선 가맹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들을 앞장세워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음식점·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단속 권한을 가진 담당 공무원들의 가입 독려가 자칫 자영업자들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청·구청 직원 앞장서 가입 독려서울시는 최근 본청 부서와 산하기관 및 25개 구청에 ‘서울페이 가맹점 모집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1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 동안 서울페이 가맹점 가입 특별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우선 신용카드 가맹비율이 높은 음식점과 카페 등의 식품접객업소를 대상으로 서울페이 가맹점 가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식품접객업소는 21만600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40%인 8만6000곳을 연말까지 가입시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서울페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판매자(매장)의 QR코드를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는 은행들이 부담하고, 플랫폼 이용료는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가 낸다. 이렇게 해서 수수료는 0원이 된다. 서울시는 연말께 서울페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연내 서울페이 도입을 위해선 가맹점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업소가 가맹점에 가입해야 서울페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본청 및 산하기관과 구청 공무원들에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가맹점 가입 독려와 홍보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서울페이 가맹신청서도 공문과 함께 발송했다. 각 구청에선 다음달부터 식품위생과를 중심으로 식품접객업소에 대한 본격적인 가입 독려에 나설 계획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식품접객업소 단속 권한을 갖고 있는 식품위생과가 앞장서면 대부분의 업소가 서울페이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도 잇단 불협화음

서울시는 26일 산하기관 및 구청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맹점 가입 확대를 위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추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건 공무원의 임무”라며 “다만 가입 독려에 따른 과중한 업무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을 동원한 가맹점 확대 방침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서울페이를 연내 도입하기 위해 이달 초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연내 서울페이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시 내부에서도 적지 않았다. 연말까지 가맹점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서울페이 이체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는 데 대해 은행들의 불만이 강했기 때문이다.이런 와중에 박 시장이 대선을 의식해 본인의 핵심 공약인 서울페이 사업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서울시 안팎에서 제기된다.

서울페이 사업을 놓고 정부와의 잇단 불협화음도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열린 서울페이 관련 회의에서 서울시의 서울페이 추진 방식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서울페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은행들을 압박하는 인위적 수수료 인하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가맹점을 관리하는 데 대한 비효율적인 측면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민/박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