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의 포르투갈 '반전 스토리'… 문 닫을 뻔한 공장이 'VIP' 됐다

파멜라 2공장 착공 …포르투갈 산업부 차관·시장 총출동

유럽 '골칫거리' 공장의 변신
인건비 늘고 비효율적 근무형태로
3년前 생산성 최악으로 곤두박질

"전동 컴프레서 기술 포기 못해"
비용 절감 등 대대적 체질개선
전기車 늘며 전동 컴프레서 수주↑
2022년 年産 160만대로 확대
포르투갈 "고맙다,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 포르투갈 파멜라공장 직원이 11일(현지시간) 전동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제공
자동차부품 업체인 한온시스템이 포르투갈 파멜라시에 제2공장을 새로 짓는다. 친환경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전동 컴프레서 수주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3년 전 경영진이 폐쇄를 검토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 이어졌고, 극적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이젠 한온시스템 생산 거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11일(현지시간) 착공식에 전 세계 60여 명의 임원이 총출동한 이유다.

◆전동 컴프레서 생산량 5배 증가
이인영 한온시스템 사장(사진)은 이날 제2공장 착공식에서 “전동 컴프레서 수주량이 최근 급증해 공장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며 “한온시스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완공 시점은 내년 2월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파멜라공장의 전동 컴프레서 연간 생산량은 30만 대에서 1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최적화 작업이 완료되는 2022년에는 생산량이 160만 대로 증가한다.컴프레서는 저온·저압 냉매를 압축해 고온·고압의 가스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어컨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힘을 이용해 컴프레서를 구동한다. 친환경 차량에는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전동 컴프레서가 장착된다.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동 컴프레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구조다. 생산을 총괄하는 성민석 부사장은 “자동차 내부에 더 많은 전장(전자장비)이 장착될수록 열이 많이 발생해 냉각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며 “전동 컴프레서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한온시스템을 포함해 전 세계 3개 정도밖에 없어 향후 수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공장 착공식은 파멜라공장 20주년 행사를 겸해 이뤄졌다. 포르투갈 정·관계 인사들도 다수 참여했다. 알바로 마뉴얼 파멜라 시장은 “한온시스템은 파멜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고, 안나 테레사 르만 산업부 차관은 “파멜라공장은 포르투갈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파멜라공장은 1998년 지어졌다. 한때는 유럽의 대표적인 생산기지였지만, 201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엔 회사 경영진이 폐쇄를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내부 진단도 나왔다. 포르투갈의 인건비는 해마다 급증했고, 비효율적인 근무 방식으로 생산량은 계속 줄었다.

폐쇄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던 경영진을 붙잡은 건 전동 컴프레서 관련 기술력이었다. 이 공장은 2014년 최신 전동 컴프레서 ‘젠4’를 양산하는 등 한온시스템 공장 중 전동 컴프레서 생산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영진은 결국 공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노후 장비를 교체했고, 부속공장을 폐쇄해 직원 수를 줄였다. 관성적으로 해오던 3교대를 2교대로 바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시간당 생산량을 더 높게 책정했다. 추상적인 목표 대신 매월 구체적인 생산 목표도 제시했다.생산성은 조금씩 회복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 공장 기술력을 차츰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침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자 파멜라공장의 전동 컴프레서는 없어서 못 파는 부품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파멜라공장은 유럽 내 가장 골치 아픈 공장이었지만, 이젠 가장 주목받는 공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포르투갈 정부도 나섰다. 한온시스템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을 세우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주(駐)포르투갈 대사관 관계자는 “포르투갈 정부는 해외 자본 및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본을 가진 이들을 위한 ‘골든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파멜라(포르투갈)=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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