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영하는 한 방송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금지하는 표현이 있다고 했다.

바로 '짜증난다'는 말이다.

'짜증난다'는 표현을 입 밖에 내뱉는 순간 서운하거나 속상했던 여러 결의 감정이 단순하게 뭉뚱그려지고, 어떤 기분인지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마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의 그릇과도 같다.

섬세하고 다양한 언어를 쓸수록 그 안에 더 많은 빛깔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

[웹툰 픽!] 말은 당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양아치의 스피치'
웹툰 '양아치의 스피치'는 욕설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없이는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이솔과 모범생 송이도의 이야기다.

솔은 옆 반 여학생인 이도의 예쁜 얼굴에 반해 무작정 고백한다.

이에 이도는 일주일 안에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사귀겠다고 조건을 내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솔은 이 조건을 덥석 받아들이지만, 얼마 못 가 처참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언어습관과 마주하게 된다.

'되/돼'와 같은 기본적인 맞춤법도 헷갈리는 데다가 교과서에 쓰이는 단어조차 낯설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인터넷 밈을 쓰지 않으면 젠체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대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니 하루아침에 표현력이 늘기도 어렵다.

솔은 한국인이지만 사실상 한국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0개 국어' 실력에 좌절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언어를 쌓아나간다.

자신의 감정, 가족과 친구, 주변인에 대한 생각을 공책에 써나가던 솔은 마침내 얄팍한 요령에 기대거나 인터넷에서 본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적확한 단어로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웹툰 픽!] 말은 당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양아치의 스피치'
단 일주일 동안 펼쳐진 솔이의 고군분투 언어 실력 향상 이야기를 다룬 만큼 전체 분량은 총 20화로 짧다.

하지만 이 짧은 분량 안에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낮은 문해력과 저급한 언어습관의 부작용, 인터넷 유행어의 폐해 등이 모두 담겼다.

우리 입에서 나온 표현은 곧장 우리 귀로 들어온다.

나는 내가 하는 말의 화자이자 첫 번째 청자인 셈이다.

그만큼 내가 쓰는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순간부터 자주 쓰는 표현들이 너무 단순해지지 않았는지, 그 협소한 단어들 안에 감정이 갇혀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네온비 작가가 글을, 김인정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