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엄마의 외침은 '소음'일 뿐이었다 [별 볼일 있는 OTT]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노이즈'(2022)는 멕시코에 만연한 실종 문제와 페미니즘을 결합한 예술영화다.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한 여성이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을 만나 연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멕시코에서 페미니즘 영화 '디 이터널 페미닌'(2016)을 연출한 나탈리아 베리스타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머니 '훌리아' 역할을 맡은 배우 훌리에타 에구롤라가 극을 끌고나간다. 그의 딸 헤르는 9개월 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딸이 코카인을 소지했던 점,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범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란 점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작품은 대중적인 흥행보다 예술성을 강조한다. 예술영화의 전형이다. 페미니즘, 성 소수자 등 다양성에 초점을 둔 주제 의식을 부각한다. 작품 곳곳에 "한 사람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벽화와 소품을 대놓고 등장시킨다. 후반부에 훌리아가 마주치는 페미니즘 시위대는 보라색 스프레이를 뿌리며 "권력은 그들과 공범이야. 침묵하는 자들도 공범이야"는 구호를 내지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는 '소음'이다. 여성과 소수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목놓아 외쳐도 이를 소음으로 간주하는 사회를 풍자했다. 마지막 시위대의 행진 소리는 불쾌하고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로 과장됐다. 중간에 등장하는 보랏빛 하늘의 광야에선 훌리아의 한 맺힌 절규가 소리 없이 울려 퍼진다. 영화는 실종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막을 내린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 '소음'으로 말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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