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사람이 쓰러져있는데 그걸 찍는 '아이러니'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던 도시 프랑스 아를에선 매년 세계적인 사진 축제 ‘아를국제사진전’이 열린다. 2019년 행사에서 임안나가 포토 폴리오 리뷰 대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론 처음이었다. 이때 수상작이 ‘불안의 리허설’(사진)이다. 공원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방송 장비를 연출해 찍은 장면이다. 지구 한편에선 재난과 전쟁이 계속되고, 다른 한쪽에선 무심히 그것을 생중계로 바라보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연극의 한 장면처럼 표현한 것이었다.

임씨는 2010년께부터 무기를 등장시키고 재난 상황을 만들어 담아왔다. 처음 화제를 모은 건 2011년 ‘로맨틱 솔저’ 연작이다. 케이크, 치즈 등 일상의 사물과 장난감 병정들을 함께 찍어 현대인의 삶에 침투한 전쟁과 폭력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의 재구성’(2011년)에선 탱크, 전투기 등과 방송조명을 함께 찍었다. ‘프로즌 오브제’(2015년)에선 우아한 박물관에 무기와 미술품이 나란히 전시된 장면을 구현했다. 입으론 평화를 외치면서도, 전쟁 영화와 폭력게임을 즐기고, 무기에 열광하는 이 시대를 풍자한 작품들이다. 오는 7월 3일부터 아를에선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임씨의 수상기념전이 열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