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고미술품이 눈 앞에서 살아움직인다…리움의 '파격'
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2층 고미술품 상설전시장. 국빈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들른다는 이곳에 고미술품과는 어울리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정선, 김홍도 등의 국보급 서화 옆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다. 허공에 손을 뻗는 사람도 있고,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권하윤 작가의 관객 체험형 VR 작품 ‘영원한 움직임-이상한 행렬’을 감상하는 사람들이었다. VR 기기를 쓰면 김홍도의 대표작이자 국보인 ‘군선도’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군선도 속 신선들이 3차원(3D)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과 몸이 조각조각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이끈다.

삼성문화재단은 권 작가를 시작으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무대는 리움미술관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다. 먼저 리움미술관 상설전시장 2층에선 권 작가의 VR 작품을 오는 9월 10일까지 전시한다. 11월부터는 한국·콜롬비아계 작가인 갈라 포라스 킴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남북한 국보를 소재로 식민과 분단의 시대 속에서 국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미술관 로비도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리움미술관에선 7월 18일부터 존 제라드가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3D 컴퓨터 그래픽과 알고리즘을 사용한 ‘농장(카운슬 블러프, 아이오와)’(2015)을 선보인다. 같은 달 25일부터는 박보마 작가가 디지털 이미지, 설치 사운드, 향, 퍼포먼스 등을 통해 로비 자체를 작품으로 뒤바꾼다.

호암미술관은 아예 전통 한국식 정원인 ‘희원’을 전시장으로 내줬다. 6월 27일부터 강재원 작가가 희원 내 프로젝트룸에서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든 조각을 선보일 예정이다. 3D 프린팅, 크롬 등 인공적인 재료로 구현한 조각이 자연과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인공과 자연의 충돌과 조화’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