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도 보여…국토부 "승무원은 착륙 위해 착석 중"
"열린 출입문, 뜯긴 연결부위"…아시아나기 곳곳 비상착륙 흔적
26일 승객에 의해 출입문이 강제 개방된 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출입문 개방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 OZ8124편 기체를 이날 오후 3시께 대구공항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았다.

그러나 공항 관계자의 인솔 아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곳곳에 비상 착륙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출입문을 통해 들여다본 기체 안에서 산소마스크가 보이지는 않았다.

산소마스크는 기압 차로 인해 호흡이 곤란할 때 자동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착륙을 위해 지상에 접근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해 마스크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했다.

사고 당시 마스크나 내려올 정도로 기압차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상 250m 상공에서 열렸던 출입문은 일부가 손상된 채 여전히 열려 있었다.

또 출입문에 연결된 경첩은 강한 바람에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출입구 문 바로 아래에는 평소 일반인은 볼 수 없는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를 볼 수 있었다.

슬라이드는 비상구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해 비상 상황 시 에어백처럼 바로 펼쳐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승객들이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조사 결과 이날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착륙을 위해 복도 건너편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좌석에 앉아 있었다.

사고 기종은 에어버스 A321 소형 기종으로 비상구 앞에 승무원이 배치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밝혔다.

출입문을 연 승객 A(33)씨는 현장에서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열린 출입문, 뜯긴 연결부위"…아시아나기 곳곳 비상착륙 흔적
일반 성인보다 체격이 큰 그는 심리적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혼자 걷지 못해 경찰관 대여섯명이 들어서 경찰차에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진술이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고 기체는 이날 오전 제주에서 출발한 항공기로 승객 190여명이 탑승했으며, 다행히 추락 등 불상사는 없었다.

일부 승객이 과호흡 등 증세로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은 뒤 퇴원했다.

"열린 출입문, 뜯긴 연결부위"…아시아나기 곳곳 비상착륙 흔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