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앳 루이비통’. 사진=루이비통 제공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앳 루이비통’. 사진=루이비통 제공
“한 끼 70만원짜리 식당 ‘예약 대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선보인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앳 루이비통’ 예약이 시작되자 입소문을 탄 내용입니다. 인당 7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루이비통의 명성을 업고 예약 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예약을 받은 첫날에는 5분 만에 모든 식사 시간대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대란은커녕 주말 예약분도 다 채우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코이 앳 루이비통의 예약 취소분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기준 대부분 시간대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평일은 물론 예약 수요가 많은 주말까지 런치와 디너 등 인기 시간대에도 마감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픈 초기에는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은 예약분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끼 70만원 루이비통 식당, 주말도 '널널'…인기 시들해진 이유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이 레스토랑은 루이비통이 이달 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여는 팝업 형태 식당입니다. 영국 런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이코이’의 팝업이자 루이비통의 국내 세 번째 레스토랑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코이의 총괄 셰프 제러미 찬이 자신의 스태프를 이끌고 내한한 점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식당의 저녁 코스는 1인당 35만원, 추가 옵션인 와인 페어링까지 선택할 경우 인당 70만원에 달합니다. 점심 가격은 25만원에 와인 페어링 가격을 더하면 1인당 45만원입니다.

레스토랑 측은 한국의 다채로운 제철 식재료를 이코이만의 독창적 요리법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두릅과 구운 고구마를 곁들인 주꾸미 구이’ ‘그린 가디스 드레싱과 칠리 튀김을 곁들인 한우 스테이크’ ‘멕시칸 스타일의 칠리 슈가로 풍미를 더한 한국의 제철 과일’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코이 앳 루이비통의 식사 메뉴인 한우 스테이크 및 새우와 블랙 올리브 라이스. 사진=루이비통 제공
이코이 앳 루이비통의 식사 메뉴인 한우 스테이크 및 새우와 블랙 올리브 라이스. 사진=루이비통 제공
한때 “돈 있어도 못 사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금세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문객들은 “높은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식사의 질과 서비스”를 꼽습니다. 어지간한 특급호텔의 일류 레스토랑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값이 비싸지만 서비스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문을 연 루이비통 식당인 피에르 상(점심 13만원·저녁 23만원) 알랭 파사르 셰프(점심 15만원·저녁 30만원) 팝업 레스토랑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서비스의 질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실망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를 앞세우면 ‘덮어놓고’ 몰려들던 행태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서울 중심가인 이태원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역시 예약 열풍이 사라졌습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개점 2주 전에 온라인으로 받은 사전 예약이 4분 만에 마감될 정도였지만 최근엔 좌석을 다 채우기도 버거운 모습입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구찌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사진=구찌 제공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구찌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사진=구찌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이름값만으로는 선호도를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며 “젊은층 중심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 체험기나 방문 후기가 확산하면서 부정적 리뷰가 주는 영향력이 커졌다. 많은 고객을 확보한 명품이라고 해도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와 품질이 뒤따라야 시선을 끌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선 두 팝업 레스토랑에서 ‘대박’을 쳤던 루이비통이나 인기 브랜드 구찌라 해도 한층 취향이 까다로워진 고객들 검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거품이 빠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인기 명품인 샤넬, 디올 등이 계속 가격을 올리자 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명품 오픈런'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게 그 방증입니다. 업계는 종전보다 명품 파워가 약해졌다고 풀이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