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나는 죽으리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여운
“Auf-er-”

“승천하는 기분으로 부르세요! 상승의 기운이 있어야 해요! 이 교향곡에서 작곡가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말을 드디어 하고 있는데, 그렇게 부르면 더 이상 연주를 이어나갈 동력이 사라져버려요. 자, 다시 한번 상승하듯이 한 마음으로 불러봐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리허설룸에 긴장감이 맴돈다. 말러 심포니 2번 ‘부활’의 5악장, Dies irae (분노의 날) 모티브가 담긴 최후의 심판 장면으로 나팔 소리와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어렴풋이 들려오며 지상에서의 마지막 떨림을 몰아치듯 무섭게 표현하며 악장이 시작된다. 저승새의 소리가 플룻의 트릴로 표현되고 뒤이어 조용히 아카펠라 합창으로 부활의 장면이 이어진다.

그 첫 가사가 바로 이 교향곡의 주제인 ‘Auferstehn·일어나라 (부활)’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쩌면 이 교향곡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모먼트의 사운드를 찾기 위한 지휘자 임헌정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성경 고린도 전서와 요한계시록의 구절을 인용해 영원을 암시하는 모티브와 4악장(Urlicht·태초의 빛)에 등장하는 일곱번의 Glockenspiel(종소리)의 의미 그리고 연주자들로 하여금 음정마다 자신들의 영혼이 깃들어있기를 당부한다.

단순한 포르티시모, 피아니시모 같은 다이내믹의 차원이 아닌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하게 연주하는 일. 음정과 가사마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듣는 이들의 영혼을 채우고 시공간을 멈추게 하는 일. 그것은 연주자의 몫이자 특권이다.

내가 아는 어느 성악 선생님의 남편은 경제 관련 일을 하고 계시는데, 늘 연습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을 보며 ‘왜 돈도 안되는 일에 그렇게 열심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단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성과가 없는 음악에 열심인 아내가 안쓰러워 건넨 말이었겠지만(그렇게 믿고 싶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세상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짓밟힌 기분이 들었다.
"살기 위해 나는 죽으리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여운
나는 이미 6년 전에 임헌정 선생님과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한 적이 있지만, 역시 말러 스페셜리스트이신 선생님의 말러 교향곡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의 젊은 사운드도 매우 신선했는데, 이 교향곡을 수차례 연주하셔서 마치 자신의 피에 녹아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임 선생님과 상대적으로 젊은 연주자들이 많은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은 시대를 초월해 결국에는 우리가 만날 그 곳, 하늘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적은 수의 합창단이라 Ppp부터 Fff 까지 숨을 멎게 하는 다이나믹 표현은 조금 아쉬웠지만 'Sterben werd’ ich, um zu leben! 살기 위해 나는 죽으리라!'라는 그 오묘하고 장엄한 메시지를 전달한 순간만은 모두가 한 마음이었고 세상에 없는 황홀경을 맛본 시간이었다.

평생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가졌던 말러는 5악장 가사에서 말하듯이 이 세상의 삶은 고통스럽지만, 어느 누구도 헛되이 태어나지 않았으며, 결국 그 고통이 우리를 영생의 길로 인도한다는 성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죽어야만 누릴 수 있는 영생의 기쁨, 그 희망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고 부족한 나의 영혼이 그 희망을 전달하는 씨앗으로 전달되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돈도 안되는 일에 왜 힘을 빼냐고 말했던 선생님 내외를 이번 연주에 초대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글을 맺는다. 제 글을 읽는 모두가 언제든 살아서 가치있는 삶을 누리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