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내일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 개막
경주 황남동 출토 유물, 토우·토기 접합해 97년 만에 새로 공개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과거 신라와 가야 사람들은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여러 모양의 상형 토기를 무덤에 묻었다.

새나 말, 뿔, 수레, 때로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까지 그대로 축소해 만들었다.

특히 새는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는 존재로 여겨 다양한 형태의 새 모양 토기를 만들고 망자의 곁에 뒀다.

죽은 이의 영혼이 저 너머 세상까지 무사히 가도록 바란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된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 332점을 조명한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을 26일 선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천600년 전 사람들이 바라본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통과 의례에 관한 이야기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25일 열린 설명회에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고대인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치유했는지를 상형 토기와 토우에서 실마리를 찾아 엮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다섯 개의 상형 토기가 한 사람과 함께 갑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집·배·등잔 모양 등 총 5점의 상형 토기가 세트를 이룬 보물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은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지역 최고 수장층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이다.

무덤에 두는 부장품보다는 장송(葬送·죽은 이를 장사 지내어 보냄) 의례 목적으로 뒀으리라 추정된다.

죽음 너머의 세상으로 향할 때 동행자가 되어준 새 모양 토기 20여 점은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중국 역사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변진(지금의 경상도 지역의 여러 정치 집단을 뜻함)에서는 장례에 큰 새의 깃털을 이용하였는데 그 의미는 죽은 이가 하늘로 날아가게 하려는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상미 학예연구사는 다양한 모양의 상형 토기를 가리키며 "오리로 보이는 것도 있고, 부엉이로 보이는 것도 있다.

시기나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나 6세기 이후에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금 모습과 비슷하지만, 어떤 동물을 본뜬 것인지 의아한 경우도 있다.

경주 탑동 3호 무덤에서 나온 길이 16.9㎝, 높이 8㎝의 동물 모양 토기는 코 모양은 마치 돼지를 연상시키지만, 발가락 수, 주둥이 모습 등은 개와 비슷하다.

이 학예연구사는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슬픔을 어둡게 보려 하지 않고 해학적 표현으로 승화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면서 "뿔 모양 잔의 받침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은 전시 주제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소개된다.

1924년 배 모양의 토기와 함께 발견된 이 토기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육지와 물길을 통해 저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흔히 '주인상', '하인상'으로 나뉘는데 당시의 복식, 무기, 말갖춤(말을 부리기 위해 말에 장착한 각종 장구) 상태 등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약 97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 토우 장식 토기도 처음으로 관람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의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개개의 모습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래는 접시 뚜껑이나 목이 긴 항아리에 붙어 다른 토우들과 함께 하나의 장면을 이루던 유물이라고 박물관은 전했다.

떼어놓고 보기보다는 함께 있을 때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이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을 토대로 각각 흩어진 상태의 토우 장식과 토기를 하나씩 맞춰 1926년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된 토우 장식 토기 97점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워낙 조각조각 깨지거나 흩어진 탓에 작업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학예연구사는 "전시에 나온 한 유물은 불과 한 달 전에야 접합된 것도 있다"며 "99.9% 확신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접합된 부위가 어긋나거나 맞지 않으면 떼어내고 붙이기를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몇 년의 작업 끝에 짝은 찾은 토우 장식과 토기는 지붕 모양을 형상화한 전시장에 진열돼 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진열장이지만, 시간에 따라 토우 장식이나 토기에 새겨진 그림을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로 바뀌는 특수한 장치가 설치됐다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작게는 1∼2㎝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토우까지, 다양한 유물 하나씩 들여다보면 놀랄 만한 모습도 있다.

국보로 지정된 '토우 장식 장경호(長頸壺·긴목 항아리)'가 그중 하나다.

항아리의 어깨와 목이 만나는 곳에는 성행위를 하는 듯한 토우가 붙어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성적인 것을 좋아하는 문화가 아니라 생명 탄생, 부활 등의 의미를 담은 부분"이라며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繼世) 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삶과 죽음, 그 너머로 이르는 머나먼 여정. 그 끝은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건과 같은 천으로 시신 얼굴을 덮고 있어요.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슬픔은 가장 원천적인 감정입니다.

"
전시는 10월 9일까지.
이별을 준비하는 1천600년 전의 흔적…흙으로 빚은 '영원한 삶'(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