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 화면
사진=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 화면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치던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크론병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크론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 7회에서 크론병 환자와 장인, 장모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공개됐다. 장인은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냐,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고 화를 냈고, 장모 역시 "이 병은 유전도 된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 화면
사진=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 화면
방송이 공개된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크론병은 몹쓸 병도, 유전병도 아니다"며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전달한 제작진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등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 9일까지 총 43건의 민원이 접수돼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닥터 차정숙'은 첫 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지난 7일 방송의 경우 16.2%까지 치솟으며 주말 최강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만들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질환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
/사진=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 포스터
/사진=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 포스터
크론병은 음식물이 들어가서 나오는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는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희귀 난치 질환이지만 방송인 윤종신, 트로트 가수 영기 등이 크론병을 앓았다고 고백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크론병에 걸리면 복통과 설사로 하루에도 몇십번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해야 한다. 또한 설사, 복통, 열, 체중 감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증상 때문에 과민대장증후군, 치질 등으로 오인되기 쉽다.

적지 않은 고통과 불편을 야기하지만, 크론병이 왜 생기는지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가 크론병에 걸린 유전적 소인이 있을 경우 발생 확률이 높아지긴 하지만, '닥터 차정숙'에서 묘사한 것과 같이 유전 질환은 아니다.

유전적인 요인보다 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언급되는 건 식사와 감염 등 외부적인 환경이다. 특히 흡연자는 크론병에 걸릴 확률과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국내에서도 크론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등을 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2010년 1만2234명에서 2021년 2만872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환자 중 20대에서 30대가 절반 이상일 정도로 젊은 층에서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론병은 장 뿐만 아니라 관절, 눈, 피부, 간, 신장 등 다른 신체 부위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관절염이 가장 흔하며 골밀도 감소로 골다공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눈에는 포도막염과 결막염, 피부엔 결절성 홍반 등으로 나타나고, 이 외에 지방간, 간염, 신장결석 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 나이에도 크론병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염증으로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체중감소, 성장 부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론병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어렵지만, 조기 발견 시 꾸준한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따라서 나이나 성별을 떠나 복통,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이 보이면 바로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등의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채소 중심의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공육이 아닌 신선한 육류와 해산물, 두부, 달걀, 콩 등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관리도 꾸준히 해야 한다. 크론병은 증상이 호전됐다 심해지는 게 반복되는 특징이 있는데, 증상이 없을 '관해기' 시기에도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