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사진=서민 제공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사진=서민 제공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56)가 고전 해설서를 냈다.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한국경제신문)란 책이다.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서 교수는 “나 같은 사람도 고전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다독가다. 1년에 100권 넘게 읽는다. 소장 도서만 1000권이 넘는다. <서민 독서>,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같은 책도 썼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꺼낸다. “사실 저는 책과 담쌓고 살았어요. 나이 서른에 글 좀 잘 써보려고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죠. ”

그래도 고전엔 영이 손이 안 갔단다. <파우스트>, <돈키호테> 같은 책을 사놓고도 오랫동안 책장에 묵혀 뒀다. 고전을 안 읽었다는 콤플렉스, 언젠가 고전을 읽고 싶다는 버킷 리스트 같은 소망이 뒤섞여 50대에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 <제인 에어>, <부활>, <돈키호테>, <파우스트>, <안나 카레니나> 등 책에 실린 13개 고전이 모두 최근 3~4년 동안 읽은 책이다.

“저도 다른 고전 해설서들을 읽어봤어요. 오히려 겁이 나더라고요. 이런 내공이 있어야 고전을 읽을 수 있겠구나 하고요. 저는 내공 같은 게 전혀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도 고전을 읽을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서민 교수 "나 같은 사람도 고전 읽을 수 있다 보여주고 싶었죠"
그의 말대로 이 책은 독특하다. 소위 말하는 ‘무게 잡기’가 전혀 없다. 느낀 그대로를 솔직하게 전한다. 단테의 <신곡>을 읽는 건 “전화번호부를 정독하는 느낌”이라고 하고, <파우스트>에 대해선 “최소한 내게 좋은 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내공 없는 이의 책’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자신을 낮춰 말했지만 그는 10년 넘게 연 100권씩 책을 읽은 사람이다. 고전을 요약해 소개하는 것을 넘어 책 속 인물들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름의 해학과 철학을 끌어낸다.

10년 넘게 100권씩 책을 읽는 그도 힘들어하는 고전 읽기를 왜 권하는 걸까.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인생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고 인정한 책이니까요. 고전을 읽은 사람은 미리 정답을 알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격이죠.”

그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 몰라도 된다”다. 그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고전이 많단다. “고전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 뿌듯함만 얻어도 좋습니다. 어디가서 자랑은 할 수 있잖아요. 인내심도 기를 수 있죠. <안나 카레니나>, <돈키호테> 같은 두꺼운 책을 읽고 났더니 이제는 어떤 책도 읽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그도 포기한 책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다.

이 한 권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고전은 <돈키호테>다. 그는 “돈키호테와 함께 한 여행은 고전답지 않게 무척 즐거웠다”며 “게다가 축약본이 아닌 <돈키호테> 원본을 완독한다면 대한민국 1%에 든다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