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그 치열한 충돌의 역사 [책마을]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러시아가 서방의 다양한 경제 제재안에 맞서,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활용한 것이다. 유럽연합(EU)로 향하는 자국산 가스를 실어나르는 송유관을 닫아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 경제전문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 총칼에 맞아 사망하는 군인보다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로 사망하는 민간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선 에너지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는 물론 인류사에서 에너지는 줄곧 국가간 경쟁의 주요 목적이자 무기가 됐다. 그리고 에너지 전쟁의 승패에 따라 인간들의 삶 또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신간 <에너지 세계사>는 에너지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망한다. 펜실베니아주립대 알투나캠퍼스에서 역사 및 환경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는 브라이언 블랙이 썼다.

제러드 다이이몬드는 인류사를 "가진 자과 갖지 못한 자 사이의 충돌의 역사"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여기서 나아가 '에너지를 가진 자'와 '에너지를 갖지 못한 자' 사이의 충돌로 인류사를 바라본다.

인간의 최초 에너지원은 불이었다. 불을 사용하며 인간은 난방과 요리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에너지로 인해 인류사에 변화가 일어난 결정적인 계기는 '범선'의 출현이었다. 범선은 선체 위 돛이 바람을 받으면, 그 풍력으로 나아가는 배를 의미한다. 중국은 1400년대 처음으로 범선을 이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유럽의 탐험가들보다 먼저 인도와 아라비아를 탐험했고, 인도양의 국가들을 자국의 조공 체계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1500년대 들어 중국은 외부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국가적 의지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항해술과 세계관으로 무장,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바다가 유럽의 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됐으며, 신세계의 자원들은 유럽 국가들의 군사력과 정치력의 원천이 됐다.

오늘날 국가간 역학관계를 결정한 건 단연 화석연료다. 석탄, 석유 사용이 늘어나며 이 자원을 가진 국가들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과 영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석탄과 석유 개발에 앞장섰다. 20세기 중반부턴 많은 석유를 가진 중동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됐다. 오늘날에도 많은 국가들이 중동 지역과 오일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류는 더 이상 화석연료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각국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에너지원 전환이 가속화 되며 세계는 격변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며 "성공적인 에너지원 전환 여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