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미나리·전복에 꼬막까지…남도의 봄맛 즐기러 가볼까
◆ 매화향 가득한 광양의 봄맛– 전라남도 광양시

밭에서 갓 뜯어온 나물은 광양사람들 주방에선 빠질 수 없는 매실액으로 조물조물 바로 무쳐 먹으면 쌉싸름하고 풋풋한 맛을 잡아준다. 매실액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실장아찌다. 새콤달콤한 장아찌에 제철을 맞아 쫄깃한 주꾸미를 더해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입맛도 살아나고 소화도 잘된다. 이맘때 나오는 제철 우럭 조개도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우럭 조개에 쑥을 넣고 끓인 된장국은 건강에도 좋아 봄이 되면 자주 끓여 먹는 국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귀히 여기는 것은 매화. 다들 매화꽃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매화꽃은 향을 먼저 음미하고 먹는다. 특히 매화꽃을 붙여 만든 김부각은 봄에만 보고 맛볼 수 있는 호사다. 이 마을에선 매화만큼 봄에 유명하다는 고로쇠도 있다. 고로쇠에 명태를 넣어 졸이면 단맛이 스며들면서 부드러운 북어 살이 된다. 삶은 북어 살은 맛있는 밑반찬으로, 삶은 물은 기력보충용으로 마신다. 봄철 지혜가 엿보이는 지계마을 두 여자의 풍성한 밥상을 맛본다.
◆ 평일도의 봄 바다는 풍년이로세 – 전라남도 완도군

봄맞이 풍년을 맞은 전복과 다시마를 나눠 먹기 위해 마을 어머니들이 나섰다. 평일도 잔칫상에 빠질 수 없는 수육은 다시마를 넣고 삶으면 더욱 부드럽고 맛있다. 거기에 다시마와 전복을 올려 먹는 삼합은 서로 다른 식감과 맛이 어우러져 이곳 사람들이 제일 즐겨 먹는 음식이다. 제철을 맞아 잡아 온 싱싱한 간자미는 무침으로 먹으면 제맛. 오독오독한 식감에 다시마가 더해져 식감이 두 배로 살아난다. 오늘 잔치의 화룡점정은 바로 감성돔 미역국! 육지의 소고기미역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평일도 사람들의 봄철 건강을 지켜준 자연산 보양식이란다. 봄 바다가 준 넉넉한 선물이 함께 나눠 먹으니 배로 행복한 평일도의 희망찬 봄날을 만나본다.
◆ 봄의 전령사 미나리의 향긋한 밥상 – 전라남도 순천

일손이 바쁠 때도 이 미나리 하나면 봄 밥상은 든든히 보냈을 정도로 미나리는 어떤 재료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데. 그중에서도 미나리를 넣고 쓱쓱 무친 김치와 갑오징어 무침은 순천 사람이라면 봄마다 늘 먹는 밑반찬이다. 이맘때 미나리의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미나리전도 빠질 수 없다. 밀가루 대신 넣은 감자전분에 미나리를 가득 넣고 부치면 입안 가득 봄이 터진다. 바다가 가까운 순천 사람들에겐 미나리를 넣고 졸인 아귀찜은 최고의 별미!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미나리의 향기로움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양한 음식들과 궁합을 이루어 맛과 영양을 모두 잡는 미나리 밥상을 통해 점자 씨 가족의 향긋한 인생의 봄날을 느낀다.
◆ 그리움이 서린 가족의 봄 바다 – 전라남도 고흥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정성껏 해주시던 음식을 이제는 어머니를 위해 대접하고 싶다는 가족들. 그 첫 번째 음식은 이모부 재선 씨가 잡아 온 낙지로 만든 호롱 구이다. 또한, 본격적인 봄 수확 전 이맘때 나는 풋마늘 대와 꼬막으로 만든 조림은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만든다. 봄이 되면 기력보충을 위해 꼭 끓여주셨던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생선구이 탕국까지 더해지면 풍양마을 가족들의 봄을 꽃피워줄 따스한 밥상이 완성된다. 힘든 시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들의 사랑과 잊지 못할 어머니의 그리운 맛을 찾아가 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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