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이런 불경기에 전재산이었던 아파트를 팔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에서 카페를 차리겠다고 했거든요. 부동산만 50곳을 돌았죠. 그러다 우연히 낡은 교회 건물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생각보다 저렴했죠. 저 말고도 그 교회를 사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들 발길을 돌렸더군요. 알고보니 50년이 넘어 낡고 불법으로 증축한 부분을 모두 철거해야 했거든요. 비용이 어마어마해 답이 안보였지만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포기할 수 없었죠. 하나부터 열까지 제손으로 고쳤습니다. 1년도 안돼 SNS에서부터 반응이 왔죠. 이제 제2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당시 행원리 교회 모습.
당시 행원리 교회 모습.
제주살이는 직장인들에게 꿈이자 로망이다. '회사 그만두고 카페를 차려볼까'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도는 자영업자들의 전쟁터다. 매년 수많은 핫플레이스들이 생겼다 지는 곳이다. 특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이곳에서 1년 만에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얻은 곳이 있다. 이색적인 하얀 낡은 교회 건물에 몰디브 해변을 연상케하는 정원 디자인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났다. 흉물이던 교회가 카페로 바뀌자 마을의 분위기도 변했다. 노인과 바다 뿐이던 작은 마을은 어느새 2030들로 북적인다. 제주 행원리에서 카페치즈태비를 운영하고 있는 황리라(37) 씨의 이야기다.
'카페치즈태비' 운영하는 부부.
'카페치즈태비' 운영하는 부부.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서 카페치즈태비를 운영하고 있는 황리라(37)입니다. 저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했었어요. 그러다 30대 중반에 평택 서정리에서 처음 9평짜리 카페를 열었죠. 지금은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서 오래된 교회를 카페로 개조해 일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제주에 내려가셨나요.
"저희 부부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살아보는 꿈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가까운 친구가 병이 생긴 것을 옆에서 지켜봤죠. '조금이라도 건강할때 하고 싶은 것은 다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곧바로 짐을 싸서 제주도로 이사를 왔죠. 남편이 먼저 퇴사해 제주도에서 최저시급이라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알아봤어요. 카페를 열기전까지만 버티자 생각했죠. 그동안 저는 평택에서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제주살이가 시작됐어요."
당시 행원리 교회 모습.
당시 행원리 교회 모습.
Q.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미쳤다고 했죠. 요즘같은 불경기에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자리를 잡은 카페를 접고 제주살이라는 헛꿈을 꾼다고 말을 들었어요. 당시 가장 큰 고민은 제주에서 어떤 부동산을 살 것인가 였죠. 부모님 지인분들이 팔을 걷고 대신 알아봐준다고 했는데, 전부 거절했습니다. 부동산은 직접 제 눈을 보고 결정하고 싶었거든요. 제주에서 부동산만 50곳 이상 다녔어요. 그리고 지금의 카페 자리에 버려져있던 옛 행원교회를 운명처럼 만났죠."

Q. 투자 금액이 얼마나 들었나요.
"당시 교회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어요. 지금도 제가 1억 후반대에 샀다고 하면 다들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말들을 하죠. 하지만 모든 싼 부동산은 그 이유가 있어요. 50년 세월을 버틴 건물이라 본래 형태보다 여기저기 증축한 가건물이 더 많더군요. 모두 철거를 해야만 근린생활 시설로 변경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옛 교회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르고 돌아갔죠. 그정도로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Q. 예상보다 투자금액이 늘었군요.
"철거부터 용도변경하고 인테리어(조경 및 카페설비, 가구 제외)까지 비용을 전부 계산해보니 부동산 매입 비용과 거의 비슷하더군요. 철거후 용도변경 승인까지 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인테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카페치즈태비' 모습.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카페치즈태비' 모습.
Q. 이후에도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인테리어 시공과정에서도 애로사항이 컸어요. 우선 제주도는 시공이 육지보다 느려요. 예를 들어 공사를 한다고 치면 인부들이 오전 11시에 와서 11시30분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가 넘어야 작업을 시작하는데, 4시30분이면 작업을 끝내고 철수를 하더군요. 이런일이 다반사였죠. 작업 막바지에는 레미콘 차량이 파업을 하면서 모든 시멘트 작업을 수작업으로 했어요. 제주도에서 인테리어 시공을 할 경우 계획보다 3~4개월 늦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셔야 해요."

Q. 제주 부동산 계약 노하우가 있나요.
"마음에 드는 건물이나 매물을 찾았다면 바로 계약을 하기보다는 하루 이틀정도 매물이 있는 마을에 방문해 마을사람들에게 해당 매물에 대하여 넌지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들어 맑은날에는 멀쩡해 보여도 꼭 어느 한 지점이 바람이 모이는 장소가 있기도 하고 비가 오면 멀쩡했던 바닥에서 물이 솓구치는 물통자리라는 곳도 있어요. 이런 부분은 공인중개사도 모르고 매도인만 알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 부동산을 매수할때는 꼭 확인해야 하죠."

Q. 카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일이죠. 특별한 일이 생길 경우 임시휴무를 하고 있는데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오픈 준비를 위해 보통 오전 7시30분에 먼저 카페에 도착해요. 퇴근시간은 오후 6시30분입니다. 처음 카페를 오픈했을 때는 영업이 끝난 이후에 다음날 재료를 준비했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서 영업중에 틈틈이 다음날 재료를 준비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있어요. 가능한 정시퇴근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웃음) 그래야 나만의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맑은 정신으로 다음날 손님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카페치즈태비의 이색적인 정원.
카페치즈태비의 이색적인 정원.
Q. 매출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제주도라는 관광지의 특성상 성수기와 비성수기 매출이 극과극입니다. 2022년 5월22일 카페를 열고 아직 만 1년이 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매출은 2억4000만원 가량 나왔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평택에서 작은 카페를 오셨던 손님들이 제주 카페까지 찾아오셨더군요. 요즘에도 하루에 두세팀은 찾아오시더군요. 나만의 작은 카페가 제주에서 유명한 카페가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뻤죠."

Q. 퇴직자나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을 지나고 계신분들에게 섣부른 조언은 조심스럽습니다. 그길이 만약 카페 창업이라면 △나는 왜 카페를 창업하고 싶은가 △내가 카페를 하고싶은 이유가 고객이 내 카페를 찾아올 이유가 되는가 이 2가지가 맞아야 창업에 도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Q. 카페 창업에도 목적이 있어야 하군요.
"저는 첫 카페를 열었을때 당시 △북유럽 빈티지잔 △오리지널 디자이너 가구 이 2가지를 사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공간을 만드니 북유럽 빈티지잔과 북유럽스타일의 인테리어와 가구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찾아오는 카페로 입소문이 났죠. 단순이 카페로 돈을 벌고싶다는 목적보다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어떻게 고객이 찾게 만들까를 고민하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카페치즈태비 내부 모습.
카페치즈태비 내부 모습.
Q. 지금은 반응이 어떤가요.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 낡은 교회건물을 보신 양가 부모님들이 저희 보고 '너희 망했다'고 하셨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저희가 뭘 해도 인정하신다고 하셨죠. 행원리 마을 어르신들도 좋아하세요. 어릴적 추억이 있는 건물을 부수지 않고 카페로 바뀌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지금도 카페에 종종 오셔서 어릴적 친구들과 교회 건물에서 뛰놀던 추억을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저희도 뿌듯하죠."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저희 부부의 전재산이었던 작은 아파트를 팔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어요. 제주도 카페 창업은 저희가 가졌던 것을 전부 내려놓는 색다른 경험이었죠.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하며 참고 인내하는 과정도 겪었습니다. 마음이 뭔가 단단하고 성숙해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새로운일을 도전하고 시도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지게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1년도 안된 카페가 이렇게 관심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제주를 생각하실때 함께 추억되는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