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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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오면 불편해져요. 엄마일지라도 불편하고, (절친인) 배우 유인나 씨와 통화하는 것도 힘들어요. 사실 누구하고도 통화를 못 해요."

최근 가수 아이유가 전화 통화를 하는 데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껴 전화를 기피하는 증상, 이른바 콜 포비아(Call phobia)를 고백했다.

콜 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은 통화하는 행위를 어색해하는 것을 넘어 전화가 오면 심장이 뛰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을 겪는다. 반대로 전화를 걸 때도 상대방의 회신을 기다리면서 초조함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가수 아이유가 전화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가수 아이유가 전화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스마트폰을 활용한 메신저 소통, 앱을 통한 배달 주문 등 전화를 할 환경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사회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거치면서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성인남녀 중 53.1%가 전화 통화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콜 포비아' 증상으로는 △전화를 받기 전 높은 긴장감과 불안 △전화가 오면 수신을 거부하거나 시간을 끄는 행위 △대화에 대한 염려 △통화 중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변화 △본인 발언에 대한 집착과 걱정 등이 있다.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거나,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 등이 콜 포비아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 말이 떨어졌을 때의 침묵이 불안하거나 대화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 염려하는 것 또한 전화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했다. 문자나 메시지 등 텍스트 소통에 익숙해진 점도 이유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지속된 콜 포비아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우울·불안감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자인 일함 세바 영국 로열할러웨이 런던대 교수는 콜 포비아 극복을 위해 "더 많은 통화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전화로 대화해야 할 사람의 목록을 작성하고, 미리 전화 내용을 시뮬레이션해보라. 통화가 끝나면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동기를 유지하라"고 했다.

전화를 피하기보다는 통화 상황을 늘려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등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조금씩 전화 통화 연습을 하면서 그 대상을 점차 늘려가는 게 좋다. 전화 통화 내용을 사전에 정리해보는 것도 좋지만, 이는 시나리오 없이는 통화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콜 포비아는 질병은 아니지만, 사회 불안장애의 한 가지 증상이다. 전화에 대한 단순 공포감을 넘어 신체적 증상, 트라우마까지 생겼다면 상담 치료 등을 통해 이를 지우는 게 중요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