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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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이 취침 전 3시간 동안 밝은 조명에 노출되면 임신성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김민지 교수 연구팀이 임신 주수가 평균 20주인 여성 741명을 대상으로 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전향 동일집단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임신 여성들에게는 임신 16~21주에 광센서(photosensor)가 장치된 활동 기록 모니터(actigraphy monitor)를 7일 동안 손목에 착용하게 했다.

이어 임신성 당뇨가 나타나는 시기인 임신 24~28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했다.

이들 중 4.2%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됐고, 연구팀은 이들을 손목 모니터에 나타난 조명 노출 정도에 따라 △밝기가 흐린 △보통인 △매우 밝은 조명에 노출된 3그룹으로 분류하고 그룹별로 임신성 당뇨 진단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취침 전 3시간 동안 매우 밝은 조명에 노출된 그룹은 흐린 조명에 노출된 그룹보다 임신성 당뇨 진단율이 5.49배, 밝기가 보통인 조명에 노출된 그룹은 4.0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령, 체질량지수(BMI), 인종, 교육 수준, 고용 상황, 수면시간, 계절, 수면의 규칙성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러한 연관성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낮 시간대나 수면 중 조명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이 세 그룹 사이에 임신성 당뇨 진단율 차이가 없었다. .

연구팀은 "취침 전 밝은 조명 노출은 교감신경의 과잉활동(sympathetic overactivity)을 유발, 포도당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박수가 떨어져야 할 취침 전 시간에 밝은 조명에 노출되면 심박수가 오히려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잠을 자야 할 시간에 불필요한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긴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뇌는 맞서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심장박동과 호흡 속도 증가, 위와 장의 활동 감소, 혈관 수축, 근육 팽창, 방광 이완, 발기 저하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전체적인 연구 결과는 임신 여성은 잠자기 2~3시간 전부터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끄거나 최소한 화면을 어둡게 해야 임신성 당뇨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취침 전 밝은 조명 노출이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임신성 당뇨의 위험 요인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산부인과 저널: 모태의학(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Maternal-Fet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한편, 임신 여성의 6~8%에서 나타나는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병이 없던 여성이 임신 중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방치하면 임신 합병증인 자간전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산모와 태어난 아이 모두 나중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