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세뇨 알프레드 지로 음료사업 본부장.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루이 세뇨 알프레드 지로 음료사업 본부장.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위스키는 오크통에 술을 담아 몇 년씩 숙성 과정을 거쳐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위스키 맛의 70%를 결정하는 게 오크통이다.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됐느냐에 따라 색과 향이 다르다. 프랑스의 몰트 위스키 ‘알프레드 지로’는 코냑 맛이 난다. 최소 30년 이상 코냑을 숙성했던 캐스크(오크통)에서 만들어져 코냑 특유의 맛과 향이 나는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디앤피스피리츠 본사에서 만난 루이 세뇨 알프레드 지로 음료사업본부장(사진)은 “알프레드 지로 위스키에는 5대에 걸쳐 100년 넘게 코냑을 만들었던 지로 가문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다”며 “알프레드 지로는 전세계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단 30개의 코냑 캐스크(연간 기준)에서 한정된 양만 생산하는 프랑스 대표 프리미엄 위스키 업체”라고 소개했다.

위스키는 시간이 빚는 술이다. 짧은 시간에 대량 제조하는 희석식 소주, 맥주보다 제조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하다. 맥아(몰트·싹튼 보리)즙에 효모를 넣고 끓였다 냉각했다를 반복하는 증류 과정을 거쳐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원액이 남는다.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기간만 최소 수 년이 걸린다. 마지막으로 물을 부어 알콜 도수를 40~46%로 낮추면 흔히 마시는 위스키가 된다.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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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지로 위스키가 희소성이 높은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더 길고 까다롭게 이뤄져서입니다. 우리는 보리를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해 생산이 끝날 때까지 전 과정을 복잡하게 진행합니다. 예컨대 다른 위스키 제품이 통상 한꺼번에 물을 부어 알콜 도수를 급격히 낮추는 것과 달리 매년 아주 적은 양의 물을 캐스크에 첨가하는 것으로 알콜 함량을 서서히 줄여나갑니다. 술이 병에 담기는 마지막 과정까지 모든 공정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겁니다.”

그는 알프레도 지로가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인 공정이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위스키를 명품이라 여긴다. 명품의 요건은 ‘디테일’”이라며 “각 과정의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명품 위스키를 만든다고 자부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급성장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1억2365만달러(약 1620억원)로 전년 동기(7639만달러) 대비 61.9% 늘었다. 위스키 수입량도 1만118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29t) 대비 63.8% 증가했다. 세뇨 본부장은 한국 위스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1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5년 전만해도 3%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다섯 배 이상 높아진 셈이죠.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한 싱글몰트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개성있고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찾습니다. 그만큼 한국 위스키시장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프랑스 위스키가 한국 시장에 온 이유입니다. 아이코닉한 도시에서 제품을 출시한다는 상징성도 얻고 싶었습니다. 서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곳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K-뷰티, K-패션 등만 봐도 트렌디한 도시입니다. 명품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취향을 갖췄다고 봅니다.”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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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지로가 내놓은 대표 상품은 △헤리티지 △하모니 △보야지 △인트리그 4개다. 일반 소비자들은 엔트리 라인인 헤리티지와 하모니를 주로 접할 수 있다. 세 가지 종류 오크통에서 숙성된 몰트 원액을 블렌딩한 헤리티지는 빵과 구운 몰트 향, 달콤한 향신료의 향이 난다는 설명이다. 하모니는 프렌치 몰트 원액과 아일라 피트를 사용한 몰트 원액을 블렌딩해 만들어졌다. 스모키한 보리향과 달콤한 포도향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알프레드 지로가 한 해 생산하는 위스키 양은 1만5000병 가량. 이중 2400병 정도가 국내 시장에 공급된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며 적은 수량을 유통하는 만큼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을 즐기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며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것이 나를 표현한다고 여기는 트렌디한 소비자라면 만족할 수 있는 위스키”라고 자신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