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집착과 욕망…신간 '갈대 속의 영원'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페르시아를 정벌한 뒤 다리우스왕의 소장품 중 가장 값비싼 보물상자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얼마나 값어치 나가는 물건을 보관해야 할까?" 그가 물었다.

신하들은 돈, 보석, 향수, 향신료 등을 들먹였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을 상자에 보관하라고 명했다.

그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였다.

스페인의 문헌학자이자 작가인 이레네 바예호가 쓴 '갈대 속의 영원'(반비)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은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대도서관과 그곳에 책을 채우려는 책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2천여년의 세월을 넘나들면서 책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에 대한 집착과 욕망…신간 '갈대 속의 영원'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파라오들은 책 사냥꾼을 세계 곳곳에 보내 책을 수집했다.

그 집착은 병적이었다.

파라오는 유사 이래 모든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은 절대적이고 완벽한 도서관을 꿈꿨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책을 사고파는 국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고자 권력과 금력을 모두 동원했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는 세상 모든 나라의 통치자에게 사신을 보냈다.

그는 편지를 보내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시인, 작가, 웅변가, 철학자, 의사, 예언자, 역사가가 쓴 책을 아우르는 모든 작품을 보내라고 했다.

책에 대한 집착과 욕망…신간 '갈대 속의 영원'
또한 책 구입을 위해 엄청난 돈을 풀었다.

그러자 돈을 노린 사기 행위가 들끓었다.

파피루스를 오래된 것처럼 조작하고, 책의 페이지 수를 늘리려 여러 작품을 뒤섞은 사본이 나돌았으며 위조 텍스트가 난무했다.

책은 이렇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책장을 채우려는 왕과 신하들의 노력과 여정, 주변 이야기를 담았다.

아울러 수레에 책을 싣고 시장과 객줏집에 자리를 잡은 이동서점 상인들, 사서들의 아버지이자 최초의 분류법을 고안한 칼리마코스, 보물과 장신구보다 책을 더 좋아했던 클레오파트라 여왕, 금서를 은밀히 필사해 보존한 이교도들, 서점 장사를 통해 혁명자금을 댄 마오쩌둥 등 고대에서 현대까지 책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이경민 옮김. 5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