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신진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신작들…국립무용단 '넥스트스텝'
국립무용단의 신진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을 통해 뽑힌 세 명의 젊은 안무가들이 개성 넘치는 신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오는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넥스트 스텝Ⅲ: 안무가 프로젝트'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무용단의 주역급 무용수인 박소영·최호종과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안무가 정보경이 각각 '라스트 댄스', '야수들', '메아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소영의 '라스트 댄스'는 안무가가 무대 위에서 직접 경험했던 공황의 순간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6명의 여성 무용수가 죽음 직전 3초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삶의 순간들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유쾌하게 풀어낸다.

박소영은 30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자살을 하려는 한 주인공의 이야기"라면서 "이 사람이 어쩌다 죽음에 내몰리게 됐는지를 탐구하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긍정의 기회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신진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신작들…국립무용단 '넥스트스텝'
최호종의 '야수들'은 가족 관계로 설정된 네 명의 남녀 무용수가 가위로 자신과 상대방의 옷을 자르는 등 가학적인 놀이를 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야수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독특한 설정과 그로테스크한 개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현실의 고통을 헤쳐 나가며 야수로 변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해체되는 가족의 초상을 초현실적인 톤으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으로 안무가로서는 처음으로 자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최호종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모습들을 가족 놀이로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표현하려 했다"고 소개했다.

정보경 안무의 '메아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울림을 준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검은 옷을 입고 대거 등장하는 남녀 무용수들은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철새들을 상징한다.

이들은 궁중음악 '수제천'을 재해석한 음악에 맞춰 메아리가 울리는 텅 빈 세계를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삶과 죽음, 가상과 현실 사이 경계의 의미를 묻는다.

안무가 정보경은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와 또 다른 의미를 준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서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철새들을 통해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신진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신작들…국립무용단 '넥스트스텝'
세 안무가는 작년 9월 '넥스트 스텝Ⅲ' 공개모집에서 선발돼 7개월간 국립극장·국립무용단 및 무대미술, 의상, 연출·구성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작품을 완성해왔다.

'넥스트 스텝'은 2018년 시작된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다.

국립무용단원에게만 기회를 줬던 지난 시리즈와 달리 이번에는 외부 안무가에도 문호를 개방해 안무가 정보경이 선발됐다.

국립극장은 이번 선정작 세 편 가운데 관객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을 단편 영화 형태로 제작하고, 향후 국립무용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제작될 기회도 줄 계획이다.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감독은 "이 세 안무가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안무가들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왔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안무가 배출의 첫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