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배출용 통기구 갖춘 첫 사례…"백제 왕실 관련 시설 가능성 높아"
오늘 발굴 현장 공개…참외·다래 등 열매, 과실 흔적도 검출
익산서 돌로 쌓은 백제 저장시설 2기 확인…"냉장고 역할 한 듯"
전북 익산시의 한 공원 조성 부지에서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종의 '냉장고' 시설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익산시와 함께 추진 중인 금마면 서동역사공원 조성 부지에서 돌로 쌓아 만든 저온 저장시설 2기와 건물지 3동 등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저장시설은 2기가 나란히 있는 형태다.

그중 한 시설은 길이 4.9m, 너비 2.4m, 높이 2.3m이고, 다른 시설은 길이 5.3m 너비 2.5m 높이 2.4m로 거의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장시설은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通氣口)까지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두 기 모두 동쪽 벽 위에 3개의 통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각 통기구는 쪼갠 돌인 판석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써 50㎝ 정도 간격을 두고 밖에서 안으로 19∼23도 기울어져 있었다.

익산서 돌로 쌓은 백제 저장시설 2기 확인…"냉장고 역할 한 듯"
문화재청은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자연적으로 배출해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판단된다"며 "백제 저온 저장고 중 통기구까지 확인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밀한 설계에 따라 건축된 당대 최고 과학기술의 집적체로, 오늘날 냉장고와 같은 기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장시설에서 함께 발견된 다양한 유물, 유체도 주목할 만하다.

저장고 안에서는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과 같은 벼루 조각, 뚜껑 일부, 낮은 굽다리가 달린 작은 그릇, 어깨에 넓적하게 두른 부분이 있는 토기, 도장을 찍은 기와 등이 나왔다.

익산서 돌로 쌓은 백제 저장시설 2기 확인…"냉장고 역할 한 듯"
특히 1호 시설에서 출토된 뚜껑과 2호 시설에서 나온 낮은 굽다리가 달린 작은 그릇은 한 벌을 이뤘다.

1·2호에서 나온 항아리류 토기 조각도 서로 접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바닥에서는 식물의 열매나 과실의 흔적인 종실 유체도 검출됐다.

1호에서는 참외, 들깨 등 재배작물과 딸기 속, 다래, 포도 속, 산뽕나무와 같은 채집 종실류가 확인됐고 2호에서는 참외, 밀, 조, 팥 등의 재배작물과 다래, 포도 속과 같은 종실류가 검토됐다.

이번에 확인된 저장시설은 백제의 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익산서 돌로 쌓은 백제 저장시설 2기 확인…"냉장고 역할 한 듯"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백제 지역에서 발견된 저장고는 왕도였던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 유적 등 궁궐로 추정되는 유적에서만 확인된 사실로 미뤄 볼 때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도 강조해다.

이 밖에 유적에서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가마 5기도 확인됐다.

문화재청과 익산시는 이날 오후 2시 익산시 금마면 발굴 현장 일대에서 조사 내용을 공개한다.

두 기관은 이번 조사 성과를 토대로 유적의 보존·활용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익산서 돌로 쌓은 백제 저장시설 2기 확인…"냉장고 역할 한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