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처럼 무대 달군 '헨리8세의 여섯 왕비' [뮤지컬 리뷰]
26일까지 오리지널 공연
헨리8세 여섯 왕비가 주인공
왕비들이 유명 팝스타로 변신
'내가 더 불행하다' 노래로 경연
역사 속 스캔들 현대적으로 연출
한국어 공연, 원작의 맛 살릴까
31일부터는 한국어 공연
'노래 번역 제대로 됐나'가 관건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이 마침내 국내 공연의 첫발을 뗐다. 영국 현지 오리지널 캐스팅 배우들의 무대를 통해서다. 이들의 무대는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기대를 크게 높였다.
○젊고 발칙한 상상력이 가득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버전은 26일까지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아티움에서 열린다. 2019년 ‘영국의 뮤지컬 허브’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선보인 뒤 이듬해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작품이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음악상과 최우수 뮤지컬 의상디자인상 등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공연이 비영어권 첫 무대다.뮤지컬은 역사의 뒤편에 가려졌던 헨리 8세의 전 부인 여섯 명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헨리 8세는 약 500년 전 자신의 이혼을 위해 종교 개혁까지 단행하는 등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야기의 구심점이지만 무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라곤, 불린, 시모어, 클레페, 하워드, 파 등 실존했던 여섯 왕비가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삶을 노래로 이야기한다. 목이 잘려 죽는 등 헨리 8세 때문에 기구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왕비들이 노래와 춤으로 ‘누가 더 불행한지’를 겨룬다.
뮤지컬의 핵심은 음악이다. 대사가 거의 없이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팝 음악 위주로 구성된 넘버(노래) 열 개로 내용을 알려준다. 이들 넘버가 담긴 브로드웨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캐스트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각각의 왕비 캐릭터와 서사가 담긴 여섯 개의 넘버에선 한 명이 리드보컬을 맡고 나머지 다섯 명이 코러스를 한다. 아라곤의 캐릭터는 팝스타 비욘세 등에게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다른 왕비들도 각각 아델, 니키 미나즈, 얼리샤 키스 등 대중적으로 친숙한 가수를 연상케 한다. 배우들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공연하기 때문에 안무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뛰어난 가창력으로 갈음이 된다.
젊은 창작진의 작품이어선지 무대 분위기가 밝고 재기발랄하다. 극본을 쓴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는 1994년생 동갑내기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문이다. 헨리 8세가 신붓감을 구하는 과정을 데이팅 앱에 비유한 연출이나, 종교 개혁보다 본인이 더 ‘핫(hot)’하다는 가사 등 발칙하고 참신한 발상이 가득하다.
러닝타임 80분간 여섯 왕비의 뚜렷한 개성을 촘촘하게 표현한다. 공연 도중에 시계를 볼 틈이 없다. 마지막 여섯 번째 왕비 파의 목소리는 작품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 명의 여성이 헨리 8세의 아내란 유일한 공통점으로 묶여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편과 분리돼 본인 자체의 정체성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외침인 것. 실제로 파는 영국에서 자신의 이름과 영어로 책을 출판한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오는 31일 한국어 공연 개막
내한 공연의 막이 내린 뒤 31일부터는 국내 배우들로 꾸린 한국어 공연이 개막한다. 무대와 의상 모두 오리지널 공연 그대로다. 라이선스 공연의 성공 여부는 ‘번역이 제대로 되느냐’에 달렸다. 작품이 담고 있는 여성주의적 메시지와 팝 멜로디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갖췄지만, 자연스러운 한국어 가사로 변환이 가능할지가 궁금하다. 영화 ‘데드풀’ 번역 등으로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번역가 중 한 명인 황석희가 번역을 맡았다.오리지널 공연과 비교해 한국 배우들이 펼칠 역량도 기대된다. 한국어 공연은 모두 더블캐스팅됐다. 아라곤 역은 손승연·이아름솔, 불린 역 김지우·배수정, 시모어 역 박혜나·박가람, 클레페 역 김지선·최현선, 하워드 역 김려원·솔지, 파 역은 유주혜·홍지희 등이 연기할 예정이다. 콘서트처럼 흥겹게 즐기는 뮤지컬을 원하는 관객이 선호할 만한 작품이다. 한국어 공연은 6월 25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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