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련 엠플러스 부관장 "아시아 미술 허브 여러 곳 돼야"
아시아 문화 중심지 꿈꾸는 홍콩…"그 핵심에 엠플러스 미술관"
지난 20일 홍콩의 카오룽(九龍) 반도 서쪽에 있는 서주룽문화지구의 미술관인 '엠플러스'(M+) 미술관(이하 엠플러스).
원래는 월요일이라 휴관하지만 이날은 미술관이 문을 열고 몰려든 사람들을 맞았다.

아시아 최대 미술관인 엠플러스의 개관을 세계에 알리는 첫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 미술관은 2021년 개관했지만, 홍콩의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그동안 홍콩 주민들만 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저녁 식사에만 300명, 이어진 파티에는 2천명 이상이 참석했다.

엠플러스 건물 설계자인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와 드 뫼롱이 처음으로 완공된 건물을 둘러봤다.

리움미술관의 운영위원장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세계의 유명 갤러리스트와 미술관 관계자들도 대거 미술관을 찾아 건물을 둘러보고 현재 열리고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회고전 등을 관람했다.

지난 22일 엠플러스에서 만난 정도련 엠플러스 부관장은 개관 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린 데 대해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2013년부터 엠플러스에 합류해 개관을 준비해 왔고 엠플러스의 전시 기획을 이끄는 정 부관장은 "아시아 최초의 세계적인 미술관이 될 것이라는 우리의 이야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실제 엠플러스를 둘러본 분들이 '기대는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시아 문화 중심지 꿈꾸는 홍콩…"그 핵심에 엠플러스 미술관"
그는 엠플러스에 대해 "20∼21세기 시각 문화(visual culture)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Museum and more)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시각 문화는 건축·디자인, 영상, 시각미술의 세 기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엠플러스의 컬렉션(소장품)과 전시, 다른 프로그램의 기반을 들어 올리는 기둥이 된 것이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에서 일했던 그는 그간 아시아 금융이나 미식의 중심지였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홍콩이 달라진 분위기라고 전하며 여기에는 미술 생태계의 여러 주체 간 협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홍콩이 문화의 불모지, 문화의 사막이라고 이야기했고 저도 왜 뉴욕에서 여기로 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런 자기 비하나 선입견이 몇 년 전부터 사라졌어요.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고 화랑계와 경매회사, 엠플러스 같은 곳 등이 많이 생겼고 이런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 주체들이 경쟁하지 않고 협업하는 일을 해온 거죠. 그런 면에서 아트바젤 홍콩과 엠플러스는 서로 맞춰주며 강화해가는 협동 관계를 만들어왔어요.

특히 올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예전에 가까운 규모로 아트바젤 홍콩이 개최되면서 시너지가 또 다른 수준으로 갔어요.

이번 엠플러스의 국제적 오픈 행사도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준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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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 중심지 꿈꾸는 홍콩…"그 핵심에 엠플러스 미술관"
그는 아트바젤과 함께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지난해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한 이후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데 대해 "홍콩 혼자서 아시아 미술의 허브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워낙 광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허브가 여러 곳에서 다른 규모, 다른 성격으로 다분화돼야 합니다.

하나하나 미술 현장(scene)의 느낌이 달라요.

경매 시장은 아시아 내에서 홍콩이 독점적인 위상을 유지할 것 같지만 전시 공간이나 작가 교육기관 등에서는 홍콩이 서울과 경쟁할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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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엠플러스 개관을 준비하는 동안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과 팬데믹을 겪은 정 부관장은 홍콩이 향후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핵심에 엠플러스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해요.

홍콩은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해야 하고 홍콩과 대륙(본토), 대륙과 전 세계를 연결해 주는 관문(게이트웨이)이어야 한다는 거죠. 거기에 엠플러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엄청난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엠플러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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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 중심지 꿈꾸는 홍콩…"그 핵심에 엠플러스 미술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