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측만증 90% 원인 몰라…도수치료는 의학적 입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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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에게 듣는다
황창주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장
황창주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장
우리 몸의 척추에는 만곡(커브)이 있다. 만곡은 휘어지거나 굽은 상태를 뜻한다. 서 있는 사람을 앞에서 쳐다보면 척추가 일자로 똑바로 선 모양이다. 하지만 척추가 일자가 아닌 옆으로 휘어 있는 사람도 있다. 척추측만증이다. 척추측만증의 대부분이 ‘특발성 척추측만증’인데, 주로 성장기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폐나 소화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황창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는 지난 2월 척추측만증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발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특발성(特發性)이란 단어의 뜻은 아직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척추측만증 환자의 90%가 특발성으로 분류된다. 척추가 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십 년간 관련 연구를 해 왔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진 못했다.”
▷잘못된 자세 때문은 아닌 건가.
“무거운 책가방이나 조잡한 책걸상, 아이들의 잘못된 자세 때문에 척추가 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통념이다. 또 일각에선 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 역시 잘못된 분석이다. 척추측만증의 유병률은 2%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나.
“환자는 10대 초·중반이 대다수다. 아이들이 급성장하는 시기다.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9 대 1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증상은 어떤가.
“이렇다 할 통증이 없다. 간혹 등이 아프거나 피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곡이 80~90도 정도로 악화한다면 휘어진 척추가 주변 장기를 짓누르면서 심폐기능 및 소화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학교 검진에서도 잘 살펴야 한다.”
▷육안으로도 판별 가능한가.
“똑바로 선 뒤 머리가 몸에 중심에 위치하는지, 또 어깨와 골반의 높이가 수평인지 확인한다. 몸을 앞으로 구부린 뒤에 등과 허리를 관찰한다. 측만증이 있다면 머리가 몸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한쪽 어깨나 골반이 높다. 한쪽 등이나 허리가 튀어나와 비대칭 모양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척추가 옆으로 10도 이상 휘는 경우 척추측만증으로 진단한다. 척추뼈가 자체적으로 회전되는 소견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로 한다.”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추적 관찰과 보조기 착용, 수술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만곡이 20도 미만이라면 3~6개월 주기로 상태를 관찰한다. 보조기는 만곡이 20~40도인 환자에게 착용시킨다. 하지만 보조기 착용이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순응도가 낮다. 효과를 보려면 매일 8시간 이상 1~2년 착용하길 권한다. 보조기 치료의 목표는 만곡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수술은 어떤 경우 하나.
“만곡이 60도 이상이라면 수술하는 게 좋다. 만곡의 각도가 너무 크거나 외관상 보기 흉할 경우, 심장이나 폐의 기능에 지장을 주거나 훗날 요통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시행한다. 큰 만곡을 작은 만곡으로 교정한 뒤 뼈를 이식해 굳혀줌으로써 척추 모양을 바로잡는 것이다. 성장이 많이 남아 만곡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수술을 권하지만, 성장이 끝난 상태라면 관찰만 해도 된다.”
▷완치할 수 있나.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나면 측만증의 진행도 거의 멈춘다. 그래서 진료 때마다 아이들의 키를 잰다. 여자아이는 초경도 따져야 한다. 초경을 시작하면 대부분 성장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0세 미만에 발현되는 척추측만증은 양상이 좀 다르다. 일반적인 특발성 측만증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도수 및 카이로프락틱 등의 치료가 횡행한다.
“도수치료나 카이로프락틱 등의 접근은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표준 치료법을 따르는 게 좋다. 척추측만증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풍부한 치료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찾는 게 중요하다.”
▷측만증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질환의 이름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다 보니 지레 겁먹는 보호자가 많다. 만곡을 0도로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만곡이 0도가 아니어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척추측만증센터를 별도로 갖췄다.
“2009년 3월 출범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진료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정형외과뿐 아니라 신경과, 영상의학과, 소아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의학유전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이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하며, 돌발상황에도 신속하고 긴밀한 대처가 가능하다. 실제로 예상치 못했던 희귀질환을 잡아낸 일이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는 국내 특발성 척추측만증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운동도 도움이 되나.
“서울아산병원 내 스포츠의학센터의 건강 운동 관리사들이 척추측만증을 호전할 수 있는 운동 교육을 실시한다. 운동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 중 하나이다. 휘어진 식물의 줄기를 당겨서 며칠 동안 펴놓더라도 나중에는 원래의 휘어진 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사람의 척추는 식물의 줄기보다 수백 배 더 튼튼하고 두꺼운 기관이다. 허리를 억지로 교정한다고 허리가 바로 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운동 등 꾸준한 관리 및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특발성(特發性)이란 단어의 뜻은 아직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척추측만증 환자의 90%가 특발성으로 분류된다. 척추가 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십 년간 관련 연구를 해 왔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진 못했다.”
▷잘못된 자세 때문은 아닌 건가.
“무거운 책가방이나 조잡한 책걸상, 아이들의 잘못된 자세 때문에 척추가 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통념이다. 또 일각에선 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 역시 잘못된 분석이다. 척추측만증의 유병률은 2%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나.
“환자는 10대 초·중반이 대다수다. 아이들이 급성장하는 시기다.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9 대 1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증상은 어떤가.
“이렇다 할 통증이 없다. 간혹 등이 아프거나 피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곡이 80~90도 정도로 악화한다면 휘어진 척추가 주변 장기를 짓누르면서 심폐기능 및 소화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학교 검진에서도 잘 살펴야 한다.”
▷육안으로도 판별 가능한가.
“똑바로 선 뒤 머리가 몸에 중심에 위치하는지, 또 어깨와 골반의 높이가 수평인지 확인한다. 몸을 앞으로 구부린 뒤에 등과 허리를 관찰한다. 측만증이 있다면 머리가 몸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한쪽 어깨나 골반이 높다. 한쪽 등이나 허리가 튀어나와 비대칭 모양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척추가 옆으로 10도 이상 휘는 경우 척추측만증으로 진단한다. 척추뼈가 자체적으로 회전되는 소견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로 한다.”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추적 관찰과 보조기 착용, 수술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만곡이 20도 미만이라면 3~6개월 주기로 상태를 관찰한다. 보조기는 만곡이 20~40도인 환자에게 착용시킨다. 하지만 보조기 착용이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순응도가 낮다. 효과를 보려면 매일 8시간 이상 1~2년 착용하길 권한다. 보조기 치료의 목표는 만곡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수술은 어떤 경우 하나.
“만곡이 60도 이상이라면 수술하는 게 좋다. 만곡의 각도가 너무 크거나 외관상 보기 흉할 경우, 심장이나 폐의 기능에 지장을 주거나 훗날 요통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시행한다. 큰 만곡을 작은 만곡으로 교정한 뒤 뼈를 이식해 굳혀줌으로써 척추 모양을 바로잡는 것이다. 성장이 많이 남아 만곡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수술을 권하지만, 성장이 끝난 상태라면 관찰만 해도 된다.”
▷완치할 수 있나.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나면 측만증의 진행도 거의 멈춘다. 그래서 진료 때마다 아이들의 키를 잰다. 여자아이는 초경도 따져야 한다. 초경을 시작하면 대부분 성장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0세 미만에 발현되는 척추측만증은 양상이 좀 다르다. 일반적인 특발성 측만증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도수 및 카이로프락틱 등의 치료가 횡행한다.
“도수치료나 카이로프락틱 등의 접근은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표준 치료법을 따르는 게 좋다. 척추측만증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풍부한 치료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찾는 게 중요하다.”
▷측만증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질환의 이름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다 보니 지레 겁먹는 보호자가 많다. 만곡을 0도로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만곡이 0도가 아니어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척추측만증센터를 별도로 갖췄다.
“2009년 3월 출범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진료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정형외과뿐 아니라 신경과, 영상의학과, 소아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의학유전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이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하며, 돌발상황에도 신속하고 긴밀한 대처가 가능하다. 실제로 예상치 못했던 희귀질환을 잡아낸 일이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는 국내 특발성 척추측만증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운동도 도움이 되나.
“서울아산병원 내 스포츠의학센터의 건강 운동 관리사들이 척추측만증을 호전할 수 있는 운동 교육을 실시한다. 운동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 중 하나이다. 휘어진 식물의 줄기를 당겨서 며칠 동안 펴놓더라도 나중에는 원래의 휘어진 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사람의 척추는 식물의 줄기보다 수백 배 더 튼튼하고 두꺼운 기관이다. 허리를 억지로 교정한다고 허리가 바로 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운동 등 꾸준한 관리 및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