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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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현성(53·사진)의 연기 경력은 올해로 30년이다. 지금까지 100편을 훌쩍 뛰어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대중에게 베테랑 배우로 각인된 것은 주로 카메라 앞이지만 사실 장현성은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1993년 창작 뮤지컬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로 데뷔했다. 하지만 뮤지컬과 인연은 깊지 않았다. 노래하고 춤추는 배역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지막 뮤지컬을 ‘지하철 1호선’(2000년)으로 기억했다. 뮤지컬 출연 제의를 번번이 고사해온 장현성이 2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4일부터 선보이는 ‘맘마미아!’를 통해서다. 장현성은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연기 인생 30년을 맞은 저에게 큰 선물을 내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23년 만의 복귀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장현성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대통령 경호실장과 법률회사 중역, 경찰 고위간부처럼 위압적이거나 냉정한 이미지의 인물을 많이 맡았지만 인터뷰 자리에서의 장현성은 소탈한 인상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라디오 스타’ ‘아는 형님’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접한 모습 그대로다.

장현성이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은 오랜만에 뮤지컬 도전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였다. 그는 작품이 ‘맘마미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직업 배우로 30년을 사는 동안 수많은 대본을 봐왔고 문장에 예민한 편인데 이 작품은 음악과 대사의 구성이 굉장히 ‘잘빠졌다’고 느꼈다”며 “배우로서 표현을 확장할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라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샘이다.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섬 작은 모텔의 주인 도나의 옛사랑으로 중년의 나이에 다시 한번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적 캐릭터다. 장현성은 “‘맘마미아!’의 사랑은 배신이나 치정이 아니라 순수한 의미의 사랑”이라며 “중년에도 사랑이란 감정에 솔직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샘을 꼭 맡고 싶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모처럼 뮤지컬에 출연하는 심정을 묻자 그는 “맘마미아가 너무 하고 싶어 오랜만에 오디션을 봤는데 떨리면서도 설레었다”고 했다. 하지만 부담도 감추지 않았다. 뮤지컬 시장이 20년 전보다 많이 바뀌어서 적응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는 얘기였다. “요즘 뮤지컬 배우들은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도 가수만큼 전문성을 갖춰서 말 그대로 ‘숙련공’ 아닌가요. 제가 연기 경력은 오래됐지만 뮤지컬은 오랜만이잖아요. 노래와 안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민폐 걱정도 꺼냈다.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앙상블들이 힘을 모아 연습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죠. 저 친구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다. 노력이다. 스스로도 말한다. “저는 열심히 하는 재주는 있어요.” 장현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연습량이 가장 많은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는 ‘연습실에 한 시간 먼저 와서 한 시간 늦게 가기’ 원칙을 세웠다. 물론 꼭 지킨다. ‘맘마미아!’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개인적으로 보컬레슨도 따로 받았다. 그는 “작품 속 부르는 넘버(노래) 중에서 마지막 음정을 ‘시-라’로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집에 가지 않고 피아노로 ‘시-라’만 계속 치면서 한 시간 넘게 연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와 관객 모두 ‘힐링’되는 작품”

그는 ‘맘마미아!’가 본인과 관객에게 모두 ‘힐링’이 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밤에 침대에서 ‘빨리 해가 떠서 얼른 연습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잠들어요. 동료들과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면서 살아있는 게 축복이라고 느끼죠. 제 나이에 이런 생각으로 잠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관객도 저처럼 작품을 통해 삶의 의지와 행복, 기쁨을 느꼈으면 합니다.”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맘마미아!’의 명장면은 넘버 ‘불레부(Voulez-Vous)’를 부르는 장면. 앙상블을 포함해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와 마치 축제처럼 즐기는 장면이다. 장현성은 “어느 한 군데 빈틈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 있는 장면”이라며 “모든 배우가 합심해 노래와 춤을 완성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장현성은 ‘무대’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를 올린다는 건 코바늘로 처음부터 조금씩 바느질해 장갑 하나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사소해 보이는 접속사나 감정 표현을 놓고 동료들과 수많은 토론을 거쳐 완성하는 ‘우리 이야기’죠. 이 모든 과정이 ‘배우 장현성’뿐만 아니라 ‘인간 장현성’에게도 너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관객들에게도 이 감정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이날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인터뷰를 마치고 연기 경력 30년의 ‘노력파 배우’는 “연습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은 오는 6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