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AI는 인간을 넘지 못한다…은유를 모르기 때문에"
전 세계는 알파고 이후 8년 만에 다시금 인공지능(AI) 위력 앞에서 충격에 빠져들었다. 대화형 AI 검색엔진 챗GPT의 등장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챗GPT가 로스쿨, 의사면허, 경영전문대학원 시험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AI의 능력은 인간과 견줄 만한 수준까지 진화했다. AI에게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을 빼앗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등장했다. 우리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은유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김용규, 김유림은 “챗봇은 절대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자신한다. 챗봇은 인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에세이와 시, 소설 등 모든 텍스트를 ‘사람처럼’ 작성할 수 있지만 ‘사람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창의성의 원천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 ‘은유(metaphor)’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유란 무엇일까. 은유에 대해 최초로 정의를 내린 이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시학>에서 “어떤 것에다 다른 낯선 어떤 것에 속하는 이름을 옮겨놓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시간은 돈이다’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유명한 은유를 보자. 시간(원관념)과 돈(보조관념)이라는 전혀 무관한 단어를 엮으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시간을 마치 돈처럼 △아끼다 △낭비하다 △투자하다 등 새로운 생각과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프랭클린의 은유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시간을 투자하다’ 등의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니체와 아인슈타인 등 수많은 천재의 창의적인 사유는 은유를 통해 이뤄졌다. 은유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주는 ‘이해를 여는 열쇠’이자, 인간이 가진 창의성을 깨우는 ‘창의의 산실’이다. 이런 은유는 어떻게 학습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이것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20세기 후반 인지과학이 발달하면서 은유가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라 사유 패턴임이 밝혀졌다. 가장 기본적인 학습법은 ‘부대주머니 훈련법’이다. 주머니 속에서 두 개의 낱말 카드를 꺼내 짝짓는 훈련을 통해 사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저자들은 말한다. “은유는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이자, AI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도구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