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정부가 연일 식품업체의 제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국내 식품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올 상반기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서민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식품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가격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장관 "상반기 먹거리 가격인상 자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식품업계 CEO들에게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정 장관은 "최근의 식품물가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동원F&B SPC 오리온 삼양식품 해태제과 풀무원 동서식품 매일유업 등 12개 식품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정 장관은 식품 CEO에게 "서민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식품물가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식품업체들은 가공식품 물가안정에 협조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기업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역할을 약속했다. 그는 "할당관세 적용품목 추가 발굴 등 업계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생수·소주 등 가격 인상하려다…'유턴'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던 식품기업은 계획을 철회 혹은 보류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생수, 장류 등 기업은 최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 혹은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무원은 다음달 초 '풀무원샘물'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철회했다. 정부가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식품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검토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요동친 글로벌 곡물 가격과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 우호적이지 않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 등이 전방위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여파다. 지난해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인상됐고, 라면 식용유 장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원유값 인상 여파로 우유 및 유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탔다.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식품업계에 사실상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이날도 최근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10%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지난해 5∼6월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화됐다는 설명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앞서 지난주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경제 콘트롤타워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인상 자제 요구'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업계가 압박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기재부는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식당·술집 등에 유통되는 유흥용 수입맥주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됐고, 향후 가정용 맥주와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고에 나선 것.

정부가 이처럼 먹거리 가격 동향에 즉각 대응하고 나선 것은 최근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 이슈가 연이어 불거진 상황에서 서민 동요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불황 속 필수 품목 가격 인상 흐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