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출구전략도 없이 빚을 내어 번영으로 가는 길을 빌렸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의 새 책 <초거대 위협>은 영화 ‘돈 룩 업’을 연상시킨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데 정치인, 기업인 등 엘리트들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해법을 찾을 수 있는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인류가 멸망한다는 내용의 블랙 코미디다.

루비니 교수는 혜성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10가지 거대한 위협(megathreats)이 천천히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부채 위기, 재정 적자, 고령화와 바닥난 연금, 저금리가 만든 거품의 붕괴,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탈세계화,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AI), 신냉전, 기후 재앙 등이다. 한 가지 위협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10가지 위협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신이 예측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위협이다.

[책마을] '닥터 둠'의 암울한 전망…"우리는 빚을 감당하지 못할 것"
책은 저자의 전공 분야인 부채 위기로 시작한다. 전 세계 부채 규모가 현재의 생산량 증가 속도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게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다. 2021년 전 세계 부채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50%를 넘어섰다. 1999년에는 220% 수준이었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 및 공공 부채 비율이 19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정점보다 훨씬 높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성장이 없다면 전 세계에서 부채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부채는 ‘암묵적 부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고령화로 은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연금보험료는 세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묵적 부채 규모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다.

부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 성장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수십년간 지속된 돈 풀기 여파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높여야 한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 가계는 막대한 부채 원리금을 갚느라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다. 부채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보다 현재 상황이 훨씬 더 좋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일자리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사람들이 직업과 소득, 존엄성을 잃는 동안 소수의 최상위층만 성공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비하면 프랑켄슈타인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사실 루비니 교수가 나열한 10가지 위협 중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협은 없다. 부채 위기와 거품 붕괴,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경제 분야 외에는 그의 분석이 전문적이거나 탁월한 것도 아니다. 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주장을 내놓을 때 제시하는 수리적 모델도 없다. 책을 읽으면서 독창성을 느끼기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대학과 미국 정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과 정치 및 국제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초거대 위협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수리적 모델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일반인에게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서 인용하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각종 통계와 보고서, 신문 기사 등도 귀중한 자료다. 비전문가들이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얕게나마 공부하며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